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당이 다른 사람에게 후보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을 8일 법원에 신청했다.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 권성수)는 이날 오후 2시30분 김 후보와 원외 당협위원장 등 8명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전날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위원장들이 “당이 추진하는 전당대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어 이날 오전 김 후보도 “대통령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당을 상대로 추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두 신청 취지가 비슷한 점 등을 고려해 함께 심문을 진행했다.

김주원 기자
김 후보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자신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위 확인, 당의 제3자 후보 지위 부여 금지 등을 주장했다. 김 후보를 대리하는 장영하 변호사는 “대선 후보 지위에 있어도 당에서 당인을 찍어주거나 공천권을 주지 않으면 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며 “가처분 결정을 받아 당인을 대신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또 “이미 대통령 후보가 결정됐는데 동의 없이 여론조사 등으로 일방적인 단일화를 하는 것은 후보자의 당무우선권(대선 후보자가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에 우선 권한을 갖는 것)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지위)가 확정되는데 법적으로 (지위를) 부과하는 것에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후보가 낸 가처분 심문은 약 7분 만에 끝났다. 국민의힘 대리인들은 이날 오전 갑자기 들어온 신청이라 서류 검토를 마치지 못해 서면으로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법원은 9일 오전 11시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압박한다고 간주하고, 선거 운동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어 전날 제기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도 진행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등 8명은 국민의힘이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를 소집한 것을 두고 “김 후보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후보 지위까지 위협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 심문에서도 김 후보 지지 측은 “전당대회와 전국위원회 개최 목적이 형식적으로는 김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당 지도부에서 김 후보의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라며 “당이 한 후보를 꽃가마에 태우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를 뒤집는 규정은 없다. 이는 당헌·당규뿐만 아니라 헌법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은 “경선 초기부터 김 후보는 한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단일화하겠다고 수십차례 말했고, 이에 지지를 얻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며 “즉각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에게 한 후보와 단일화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다. 단일화 강요라는 표현은 오히려 김 후보 측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전당대회와 전국위원회 소집 절차도 쟁점이었다. 김 후보 측은 “전당대회 14일 전까지 대의원을 선임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은 “임기 연장 등 절차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와 김기현(오른쪽)·박덕흠 의원이 6일 밤 단일화 설득을 위해 김문수 대선후보의 서울 봉천동 자택을 찾아 대기하던 도중 김 후보가 발표한 ‘7일 한덕수 후보와 단독 회동’ 입장문을 읽고 있다. 김기정 기자
심문 결과에 따라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이 가라앉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김 후보는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금요일에 여론조사를 진행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당 지도부는 “김 후보는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견을 했다”(권성동 원내대표)고 받아쳤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에 반발해 지난 6일부터 선거 운동을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