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서 디자이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방림이 이날 오전 11시 46분께 가장 먼저 하한가로 폭락했고, 동일금속도 11시57분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동일산업과 만호제강, 대한방직은 12시10~15분 사이에 하한가로 진입했다.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로 인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빚어진 이후 한달 반 만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과거 시세조종으로 형을 선고받았던 한 투자카페를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하한가로 떨어진 5개 종목은 철강 관련 3곳과 섬유 관련 2곳으로 일부 유사점을 가졌지만, 기업별 악재나 산업의 부정적인 소식 없이 일제히 하락했다. 매도 주문은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 창구에서 쏟아졌다.
현재까지 하한가 관련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와 모니터링 체계는 항상 작동하고 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주가 조작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들 다섯 종목의 주가가 최소 몇 달간 꾸준히 오르다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점이 지난 4월의 ‘라덕연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동일산업의 경우 코로나로 주가지수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3만8000원대로 저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최근 22만원대의 주가를 형성하다 이날 하한가로 직행했다. 방림의 경우 올해 초 4000원대 중반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70% 이상 상승한 상태였고, 동일금속도 지난해 말 15000원대로 저점을 형성한 뒤 두 배로 뛴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 측은 “해당 종목은 CFD 반대 매매로 인한 주가 하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CFD비중이 작고, 공매도 대상 종목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현물 주식을 팔면서 생긴 하한가로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거래소와 함께 이들 5개 종목에 대한 불공정거래 여부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같은 시간대 가격이 급락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거래소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며 "거래소에서 1차 감리를 진행 중이고 금감원이 이를 바탕으로 이상 거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관련 5개 종목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며, 해제 필요시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3개 종목(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에 대해서는 투자주의 종목으로도 지정했다.

카페 바른투자연구소에 올라온 한 게시물
해당 카페 운영자는 하한가 사태가 벌어진 이날 오전 6시쯤 ‘개인적 사유로 통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넘어져 턱이 골절되어 오늘 점심때 입원해 토요일에 퇴원할 예정”이라며 “임시로 치아를 고정해 놓아 대화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서 그는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CFD계좌 거래중단조치와 평소 거래량이 작던 종목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소형주들이 왕따를 당하는 형국이 벌써 달포 이상 지속하였다”고 적었다. 강 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FD 사태 이후 증권사에서 일부 투자자의 신용대출을 연장해주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페 바른투자연구소에 올라온 한 게시물
강씨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공범들과 코스피 상장사인 조광피혁과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대한방직을 상대로 약 1만회에 걸쳐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다. 이 중 대한방직은 이번 하한가 사태를 맞은 5종목 중 하나다. ‘바른투자연구소’ 카페 운영자는 카페에 “제가 소액주주운동 탈을 쓴 주가조작단 리더라고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