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당 원화 값 1200원대 ‘스트롱 원’

김영희 디자이너
달러 당 원화 값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일 1342.1원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쌓인 데다, 연이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킹달러(달러와 초강세)’ 기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원화 약세 흐름이 좀처럼 반전하지 못하자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2일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대(對)중국 경쟁 심화, 인구 고령화, 기업·가계의 해외투자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어 환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AI 등장에 코스피 외국인 투자 늘어

미국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 EPA
실제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13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조3362억원, 코스닥에서 140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달러 당 원화 값도 상승세로 전환돼 지난 9일 1200원대로 진입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회복이 기대되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 경기 역시 개선될 것이란 일부 평가가 원화 강세를 보이는 것에 일조했다”고 했다.
탈(脫) 중국 흐름에 원화도 위안화 반대로

김영희 디자이너
환율에서 위안화 동조 현상이 사라진 것도 AI 시장 등장과 무관치 않다. AI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은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다. 특히 최근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면서, 한국은 오히려 중국의 대체자로 부상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맹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노동력이 풍부한 베트남·인도 같은 나라와 기술력이 좋은 한국 같은 나라가 수혜를 입고 있다”면서 “외국인의 코스피 투자가 늘고 외국 기업이 한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 모두 이런 탈(脫)중국 흐름에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긴축 완화 움직임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배경 중에 하나다. 13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전년 대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로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 상승세 둔화가 뚜렷해 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긴축 완화는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