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김재욱 칠곡군수(오른쪽)와 김동준군이 워커 장군 흉상 모금을 알리기 위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경북 칠곡군은 6·25 전쟁 당시 국토의 90%가 북한군에 점령당한 상황에서 ‘워커 라인(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대한민국을 구한 미8군 사령관 월턴 해리스 워커(Walton. H. Walker, 1889~1950) 장군 흉상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워커 장군 흉상 건립은 장곡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준(16)군이 김재욱 칠곡군수에게 전달한 민원에 대한 화답이다. 김 군은 워커 장군을 주변 또래 학생들에게 알려 달라고 김 군수에게 부탁했다.
“워커 장군 알려주세요” 민원에 흉상 제작 결정
김군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친구들에게도 워커 장군 이야기를 전했고, 친구들 역시 김군과 뜻을 함께했다. 김군과 친구들은 학원 수업이 끝난 낮은 저녁에 모여 스케치북에 민원을 알록달록한 글자로 그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김재욱 칠곡군수님 워커 장군을 기억하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7일 경북 칠곡군 장곡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동준군과 친구들이 학원 수업이 끝난 늦은 저녁에 모여 김재욱 칠곡군수에게 보낼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워커 장군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칠곡군은 워커 장군의 헌신을 기리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군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일반인 대상 모금을 통해 흉상 건립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시몬 한미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경북도 승인을 받은 후 계좌를 개설하고 다음 달 23일까지 흉상 제작을 위한 기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제막식은 칠곡군청 공무원이 아닌 학생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보며 각종 추모 공연을 펼치는 등 학생 주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건립 비용 모금…제막 행사는 학생들이 주도 예정

1950년 미 8군 사령관 시절의 월튼 워커 장군. 1950년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진 미국 육군역사재단
한편 워커 장군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미 육사를 졸업하고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6·25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고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9·28 서울 수복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1950년 12월 함께 참전 중이던 아들 샘 워커 대위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서울 도봉구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 곳곳에 워커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용산 주한미군 제8군 사령부 영내에는 워커 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고, 서울 지하철 1호선 도봉역 2번 출구 건너편에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워커힐 호텔과 워커힐 아파트 등에 들어가는 ‘워커힐’도 워커 장군을 기려 지어진 이름이다. 대구시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워커’도 그의 이름을 딴 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