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충남 천안시의회 제279회 임시회에서 의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의회]
17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청·동남구청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최근 천안시의회 사무국으로부터 시의원(5명)에 대한 주·정차 위반 과태료 면제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공문에는 ‘주민 불편 사항 청취 및 해결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발생한 주·정차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겼으며 천안시의회 의장 직인(도장)이 찍혀 있었다. 공문은 사무국이 작성했지만 보낸 사람은 천안시의회 의장이라는 얘기다.
천안시의 경우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와 관련해 ‘누구라도 사전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구청은 매주 심의위원회를 열고 접수된 이의신청을 심사, 과태료 면제 여부를 결정한다.
천안시의회 사무국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천안 서북구청과 동남구청은 심의위원회를 열고 시의원 5명의 과태료 면제를 결정했다. 의회 사무국 요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서북구청의 경우 심의위원회 위원 5명 모두 공무원이다.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민간전문가로 구성한 심의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충남 천안시의회의 한 의원이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면제해달라며 의회 사무국에 보낸 공문. [사진 독자]
서북구청과 동남구청이 시의원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 면제를 결정한 근거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른 주·정차 위반 견인 등에 관한 시행 규칙’이다. 규칙에는 범죄 예방이나 긴급한 사건·사고 조사, 도로공사 또는 교통 단속, 응급환자 수송, 구난 작업, 장애인 승·하차,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 등 타당한 사유가 있으면 과태료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시의원에 대한 과태료 면제는 ‘부득이한 사유’가 적용됐다.
하지만 천안시의회 사무국은 각 구청에 보낸 공문에 시의원 5명의 구체적인 의정 활동 내용(현장 방문 일시 및 사유)이 담긴 서류를 첨부하지 않았다. 서북구청과 동남구청 역시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공문 한장을 근거로 시의원 5명의 과태료 면제를 결정했다. 서북구청 관계자는 “시의회가 보낸 공문으로 이미 내부적으로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천안시의회 의원은 “시의회가 천안시에 공문을 보내면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의정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더 놀랐다”고 강조했다.
충남 천안의 시민단체가 천안시의회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 서북구청은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참여시킬 방침이다. 시의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무원 대신 민간위원이 과태료 면제 여부를 결정하게 만든다는 취지다. 천안 서북구청 관계자는 “집행부(천안시) 입장에선 시의회가 보낸 공문을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공무원 대신 민간인 위원으로 참여"
천안시는 2023년부터 최근까지 전체 시의원 27명 가운데 5명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면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A의원이 9건으로 가장 많고 다른 의원들은 각각 1건씩이다. A의원의 경우 지난해만 6건이나 과태료 면제 처분을 받았다.
천안시의회는 최근 김행금 의장이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았다. “사적 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던 김 의장은 결국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의장은 주말이던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시의회 소유 관용차를 타고 참석했다. 천안시의회는 김 의장이 의회 위상을 실추시켰다며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