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동결했지만…코픽스 오르며 대출금리 내림세 ‘주춤’

금융소비자의 대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가 상승했다. 미국이 1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한국은행도 연달아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대출금리 안정세는 주춤할 전망이다.

 
15일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3.56%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시티)이 예‧적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을 얼마나 들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코픽스가 올랐다는 것은 은행이 돈을 모을 때 전보다 더 많은 ‘원가’가 들었기 때문에, 대출을 판매할 때도 더 높은 ‘가격’(금리)을 매길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내림세를 이어왔는데, 다시 상승으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다.

주요 은행, 주담대 금리 상향 조정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등을 코픽스와 연동해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신규 코픽스 연동 주담대(6개월 변동금리) 금리를 15일 연 4.11~5.51% 수준에서 16일부터 4.23~5.63%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같은 상품의 금리를 15일 연 4.22~5.42%에서 16일 4.34~5.54%로 인상한다.

코픽스는 주로 은행의 예금금리와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금리 등에 영향을 받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령으로 금리가 내렸던 지난해 말~올해 초와 달리 올 2분기에는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면서 “은행채 금리도 오르며 코픽스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은행채 5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A) 금리는 4.185%(14일 기준)로 한 달 전(3.892%)보다 0.293%포인트 상승했다.

대출금리 전망은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향후 대출금리 전망에는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 우선 대출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 중 하나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압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달에는 다시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한은도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시장에선 한은이 당분간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보여준 6월 FOMC는 한은의 추가 긴축 우려를 자극한다”며 “Fed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가 0.5%포인트 오른 만큼 한은도 적어도 한 번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최근 출범한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향후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요인이다. 아직 주담대는 대출 이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올해 연말에는 주담대도 소비자가 직접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을 찾아 갈아탈 수 있을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먼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리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플랫폼에 올리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여러 요인이 겹쳐 앞으로의 대출금리는 천천히 횡보하며 안정화하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외에도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新)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각각 0.03%포인트, 0.05%포인트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보다 시장금리의 변동을 천천히 반영한다. 따라서 은행에서 코픽스 연동 대출을 받을 때는 각 상품이 연동되는 코픽스의 특징을 잘 살펴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