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에서 당선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외교부 유튜브 캡처.
한ㆍ일 나란히 당선
이날 선거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그룹에서 2개의 공석을 두고 한국, 일본, 이라크 후보가 경합해 이 국장과 일본 측 후보인 호리노우치 히데히사 전 주네덜란드 일본대사가 당선됐다. 당선된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시작된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유엔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공개 회의에 참석해 "최근 한ㆍ일 관계가 개선되고 과거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에) 동반 진출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지지 의사를 미처 표명하지 않은 국가 측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며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표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서울 서초구 외교타운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유엔에서의 한국의 역활'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뉴스1.
"자국 재판관 큰 의미"
한국의 경우 독도 영유권 문제, 중국의 불법 조업, 더 나아가 최근 논란이 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다양한 현안과 얽혀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 국적 재판관이 해양법재판소에 계속 자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고, 유엔 해양법 협약 상 자국이 당사국이 되는 재판에도 재판관이 참여할 수 있다"며 "다만 기피 제도가 있고 재판관은 중립적으로 역할 해야 하기 때문에 편향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의 당선으로 한국은 국제해양법재판소가 1996년 설립된 이후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재판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고(故) 박춘호 재판관이 1996~2008년, 백진현 재판관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재판관으로 재직했다. 학자가 아닌 외교관 출신의 한국인 재판관은 이 국장이 처음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에 당선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을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축하하고 있다. 주유엔대표부.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진출 이어 쾌거
15일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관련 공개회의에서 과거 외교부를 이끌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윤영관·송민순·윤병세 전 장관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북한의 핵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명백하고도 중대한 국제 평화와 안보 침해 사안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아무런 공식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종의 '결정 장애'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안보리 의사 결정 구조의 모순을 지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관 전 장관도 "한국이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백을 메꾸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한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일탈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병세 전 장관도 "우리 정부, 특히 유엔 외교팀이 안보리와 유엔의 역할 강화를 위한 핵심 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교부는 2024~2025년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 준비를 위해 이경철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를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