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실전, 팩트체크
경매연구소 by 머니랩
2억짜리를 200만원에? 사실 이런 이야기는 ‘사기’입니다. ‘200만원에도 안 사는 2억짜리 빌라’라고 거꾸로 듣는 게 맞습니다. 경매 낙찰가만 보고 솔깃했다가 매매가보다 더 큰 짐을 떠맡을 수가 있죠. 낙찰이야 받을 수 있겠죠. 그렇다고 내 집이 될까요? 그 집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면? 나가라면 순순히 나가줄까요? 경매의 암초를 알려드립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2억원짜리 서울 빌라를 200만원에 ‘낙찰’받을 수는 있지만, ‘장만(매입)’할 수는 없다. 소셜미디어에서 ‘서울에서 가장 싼 빌라’로 소개되는 서울 화곡동 한 다세대 빌라를 예로 들어보자.

김영옥 기자
이 빌라는 2020년 9월 경매에 나왔다. 당시 최저 입찰가는 감정가인 1억7500만원이었다. 2021년 5월 첫 입찰을 시작으로 지난달 중순까지 20번의 경매가 진행됐다. 지난 2월 진행된 18번째 경매에서 558만5000원에 낙찰됐다. 당시 최저 입찰가는 394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낙찰자는 대금을 내지 않고 매입을 포기했다. 80만원가량 입찰보증금을 날리면서도 포기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입찰 전 권리관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김영옥 기자
경매의 ‘진짜’ 암초는 명도(인도)다. 원하는 부동산을 낙찰받아 매각 대금을 납부하고 취득세 등 세금까지 낸 뒤 촉탁 등기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경매가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낙찰받은 부동산에 점유자가 있을 경우 부동산을 온전히 확보하는 것은 낙찰자 몫이다. 점유자와 적절한 보상(이사 비용 등)을 협의하고 명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낙찰받은 낙찰자는 수익을 줄여가며 보상하고 싶지 않다. 보상할 마음이 있어도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점유자를 만날 수도 있다.
‘내 집을 점거하고 있는데 강제로 끌어내면 안 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 된다.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점유자와 원만하게 명도 합의, 즉 퇴거 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매각 대금 납부일 기준으로 6개월 안에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6개월 동안 점유자와 대면·전화·문자 등을 통해 합의를 시도했는데도 퇴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강제집행을 하게 돼도 법원 집행관 없이는 문을 열어선 안 된다. 주거침입죄, 절도죄, 재물손괴죄 등 형사처분 빌미가 될 수 있다.
경매 진행 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세입자의 경우 쉽게 이사를 나가지 못하고 점거하게 된다. 전세보증금 1억원을 주고 전입신고를 한 세입자는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 1억3000만원에 낙찰자를 찾을 경우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 회수, 즉 배당을 받으면 빌라를 계속 점거할 이유가 없다.
같은 조건 전세계약을 맺었지만, 전입신고 전에 경매 신청이 이뤄졌을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 회수가 어렵다. 또 전입신고를 먼저 했더라도 낙찰가가 보증금보다 낮을 경우도 보증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점유자가 있는 경매 물건은 되도록 피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