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정 최악' HUG, 판결도 안보고 보증금 11억 더 돌려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을 규정보다 더 많이 돌려줬다가 뒤늦게 회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해당 임대보증금은 보증범위를 벗어난다고 이미 판결을 내렸지만, HUG는 이런 판결을 받고도 약 7개월간 돈을 잘못 반환해줬다.

HUG, 61세대 11억2000만원 더 돌려줘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연합뉴스

11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대구 하나리움 사업장 현안 및 조치계획 보고’에 따르면 HUG가 규정보다 더 많이 임대보증금을 돌려준 곳은 총 61세대 11억2000만원이다. 908세대 규모의 민간 임대아파트인 대구 하나리움은 공실 6세대를 제외하고 902세대 임대보증금 787억원을 HUG가 보증하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원래 하나건설이 지어 소유했었지만, 지난 2018년 6월 지구종합건설에 팔았다.

아파트를 새로 인수한 지구종합건설은 이후 자금난 등을 이유로 아파트 건설에 들어간 주택도시기금 채무를 갚지 않았다. 지구종합건설 채무 불이행에 임대보증금을 날리게 생긴 임차인들은 HUG를 통해 보증금을 환급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돌려받은 곳은 현재까지 전체 902세대 중 342세대다.

“별도 약정으로 올린 임대보증금 반환 안 돼”

문제는 임대보증금을 HUG로부터 대신 돌려받은 342세대 중 61세대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아파트 소유권이 하나건설에서 지구종합건설로 넘어갈 때 임대차 계약서를 다시 썼는데, 기존보다 월세를 낮추는 대신 임대보증금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 계약을 수정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HUG에 증액한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9월 “별도 약정을 통해 증액한 임대보증금은 HUG의 보증이행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원래 보증금액이 아닌 임대인과 임차인이 추가 계약을 통해 올린 임대보증금 증액분에 대해서는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판결까지 받고도 7개월간 잘못 지급

HUG는 이런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약 7개월간 잘못을 바로잡지 않았다. 강 의원실이 HUG에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판결 전 HUG가 잘못 지급한 임대보증금은 2세대 3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 잘못 돌려준 임대보증금은 59세대 10억9000만원에 달한다. HUG는 최근에서야 임대보증금 지급이 잘못됐음을 확인하고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HUG 관계자는 “이달 말 중 특별감사를 통해 보증이행금 지급 경위 및 관련자 고의·과실 유무를 확인할 방침”이라면서 “업무처리 기준을 수립해 별도 약정을 통해 증액한 임대보증금에 대해서는 보증이행을 거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잘못 지급한 11억2000만원에 대해서는 별도 소송 등을 거쳐야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잘못 반환된 임대보증금 회수가 이뤄지지 명확히 않은 상황에서 다른 임차인의 증액 임대보증금 반환을 거절할 경우 형평성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올해 대위보증금 이미 지난해 추월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세 사기 등으로 HUG가 대신 내어준 임대보증금인 대위변제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가운데, 좀 더 엄격한 보증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집행한 대위변제금은 1조651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대위변제금(9241억원)을 이미 약 78.6% 초과한 금액이다.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 대위변제금은 지난해 2배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위변제금은 늘었지만, 회수율은 떨어졌다. 통상 HUG의 대위변제금 회수율은 5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24%로 반 토막 났다. 올해 7월까지는 회수율이 13.9%로 더 떨어졌다. 이런 영향에 HUG는 200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25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HUG 재무건전성이 악화하자,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38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재정악화로 보증발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HUG 출자금 7000억원이 이미 반영돼 있어서 총 증자 규모는 1조800억원에 달한다. 강 의원은 “HUG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예산까지 투입하는 가운데, 단순 실수라고 보기 힘든 안일한 업무처리가 발생했다”면서 “좀 더 책임 있고 엄격한 보증이행을 통해 낭비되는 돈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