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 첫째)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18일 ‘국세 수입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세수를 기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9조1000억원 줄어든 341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기존보다 14.8% 내려 잡았다. 법인세(-25조4000억원), 소득세(-17조7000억원), 부가가치세(-9조3000억원) 등 ‘3대 세목’이 모두 기존 예상보다 감소한 결과다. 이밖에 상속증여세(-3조3000억원)·개별소비세(-1조2000억원) 등이 감소했고, 증권거래세(+6조5000억원)는 증가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수출 부진에 따라 기업 영업이익이 감소해 법인세 세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 위축에 따라 소득세 세수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문제는 14.8%에 달하는 세수 오차율이다. 2000∼2009년 세수 오차율은 4.0%였다. 2010∼2019년도 4.8% 수준으로 비슷했다. 그런데 2010~2022년 6.2%로 올랐다. 2021년 17.8%(61조3000억원), 지난해 13.3%(52조5000억원) 대규모 오차를 기록한 영향을 받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세계 경제 위축 영향 등으로 미국·일본이 큰 폭의 세수 감소에 직면하는 등 주요국들도 세수 변동 폭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3년 연속 두 자릿수대 오차율을 기록한 건 1988~1990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2년간은 대규모 세수 초과였지만 올해는 세수 결손이다. 코로나19 같은 돌발 상황 때문에 세수 추계가 어려웠다고도 보기 어렵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 오차는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세수가 늘 경우 예상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세수가 줄 경우 재정 지출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경민 기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대신 모든 수를 다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채무가 늘고,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 국가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세계잉여금이나 기금여유자금을 활용하면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악화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런 방향에서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출을 줄일 경우(불용) 올해 1%대 수준으로 쪼그라든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추경 대신 불용을 선택했는데, 정부의 성장기여도(0.4%포인트)가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다양한 재정 대응을 통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수출과 투자·소비 등 활력 제고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반복되는 대규모 세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수 추계 과정에 국내 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국회예산정책처와 협업을 강화해 세수 추계 모형을 정교하게 가다듬기로 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 세수 오차를 반복하지 않도록 세수 추계 전담 인력을 늘리고, 수시로 공개해야 한다”며 “전년 하반기 경제 변수를 세입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세수 추계 시점을 연말로 늦추고, 세수 전망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예상치 못한 초과 세수가 발생했을 때 기금을 적립해 경제 침체기에 활용하거나, 세수 부족분은 예비비로 편성하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