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남중국해서 하루 2.9만 배럴 원유 캔다…“에너지 안보 쾌거”

SK이노베이션은 자원개발 자회사인 SK어스온이 남중국해에 있는 해상 유전에서 이달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민간기업이 광구 운영권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원유를 생산한 첫 사례다.

하루 최대 470만L 생산…국내 소비량 1%

이 유전의 정확한 명칭은 ‘17/03 광구 내 LF(Lufeng·루펑) 12-3’이다. 중국 선전에서 약 300㎞ 떨어져 있으며,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하루 생산량은 석유 생산 정점을 기준으로 약 2만9500배럴(약 470만L)이다. 이는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1% 남짓한 규모다. 

중국 17/03 광구에 설치된 SK어스온의 원유 생산 플랫폼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설비. 사진 SK어스온

중국 17/03 광구에 설치된 SK어스온의 원유 생산 플랫폼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설비. 사진 SK어스온

자료 : SK어스온

자료 : SK어스온

 
이번 원유 생산은 8년 만의 결실이다. SK어스온은 지난 2015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와 광권 계약을 체결했다. 광구 운영권을 확보한 후 지질 조사→물리 탐사 등을 거쳐 2018년 시추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고, 유전 평가→생산시설 건설 등을 마치고 이번에 원유 생산에 돌입한 것이다. 명성 SK어스온 대표는 “이번 원유 생산은 독자적인 운영권 탐사 사업으로, 자체 기술력을 통해 초기 탐사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성공시킨 첫 사례”라며 “자원 확보를 통한 국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동화, 신재생 동력 통해 ‘친환경’ 원유 생산

친환경 원유 생산에 나선 것도 주목할 사실이다. SK어스온은 설계 시점부터 생산시설에 발전기 배기가스 폐열 재활용, 설비 전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쓰는 선박을 도입하고, 신재생 에너지 동력을 사용해 이산화탄소 저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국 17/03 광구에 설치된 SK어스온의 원유 생산 플랫폼. 사진 SK어스온

중국 17/03 광구에 설치된 SK어스온의 원유 생산 플랫폼. 사진 SK어스온

 
17/03 광구는 정부 에너지 금융 사업의 성공 사례로도 평가된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부터 자원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융자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SK어스온은 이번 원유 생산이 시작되면 정부로부터 받은 융자 원리금을 상환하게 되며, 이후에도 특별부담금의 형태로 일정 기간 동안 정부와 이익금의 일부를 공유한다.


국내 자원개발 1세대…8개국 진출

SK어스온의 이번 성과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부터 이어진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의 유산이다.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에 투자하면서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최 선대회장은 “개발 사업은 1~2년 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사업을 독려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현장 전문가에게 전권을 드리겠다. 책임감을 갖고 회사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결정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자료 SK어스온

자료 SK어스온

 
SK어스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해 자원개발과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그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카타르 등 8개국에서 10개 광구와 4개의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약 5만2000배럴(석유 환산 기준)이다.  

명성 대표는 “1983년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래 40년간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원유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석유개발과 함께 CCS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탄소중립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