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와 형들 일 냈다…한국수영 '황금세대' 첫 단체전 금메달

한국 수영의 '황금 세대'가 항저우에서 일을 냈다. 황선우(20·강원도청), 이호준(22·대구시청), 김우민(22) 양재훈(25·이상 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남자 계영 대표팀이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왼쪽부터)이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왼쪽부터)이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영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 7분01초73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가장 빨리 물살을 갈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에서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 대회가 최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중국은 7분03초40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계영 800m는 선수 네 명이 자유형 200m를 릴레이로 헤엄치는 종목이다. 한국은 첫 주자 양재훈이 첫 200m를 2위(1분46초83)로 통과하면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이호준은 250m 지점부터 곧바로 1위로 나섰고, 선두를 끝까지 유지한 채 배턴을 넘겼다. 세 번째 주자 김우민은 자신의 200m 최고 기록인 1분44초50으로 임무를 마쳐 뒤따라오던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왼쪽부터)이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왼쪽부터)이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주자는 한국 수영의 에이스 황선우였다. 힘차게 물속으로 뛰어든 황선우는 무서운 속도로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자유형 100m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최종 주자 판잔러가 열심히 뒤쫓았지만, 황선우의 스퍼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황선우가 턴을 할 때마다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결국 황선우는 일본이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남긴 종전 아시아 기록(7분02초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하면서 새 아시아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결승점 앞에서 기다리던 동료 셋은 일제히 환호하면서 한국 수영 역사에 새 금빛 이정표를 세웠다.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경기 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경기 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대부분 20대 초중반 선수로 구성된 계영 대표팀은 대한수영연맹이 꾸린 '특별 전략 육성 선수단'의 일원으로 지난 2~3월 호주 골드코스트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첫 금메달을 수확하기 위해 수영 강국 호주 대표팀 지도자 출신인 리처드 스칼스 코치에게 집중 지도를 받았다. 

눈에 띄는 성과도 얻었다. 선수들 전원의 기록이 좋아졌고, 특히 이호준과 김우민이 크게 성장했다. 이들은 그 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꾸준히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기세를 올렸다. 두 달 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도 예선과 결선에서 차례로 한국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6위에 올랐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도 여유가 넘쳤다. 선수들은 "훈련 때 '이게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기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좋은 기록을 냈다. 다들 컨디션이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그 자신감이 실전에서 결과로 이어졌다. 특출난 에이스 한 명에 의존하던 한국 수영이 마침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한 모양새다.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경기 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이 경기 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황선우는 경기 후 "2년간 아시안게임을 위해 달려왔다. 아시아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얻게 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 지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과 팬들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호준은 "첫날부터 중국과 일본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 우리 선수들 모두 부담감을 느꼈다"며 "1번 주자가 시작점을 잘 만들어준 것 같다. 이렇게 원하는 목표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했다. 

김우민은 "이 순간만 보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운동했는데, 아시아신기록이라는 엄청난 결과와 금메달을 얻게 됐다. 이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기뻐했다. 양재훈은 "이제 내년에 열릴 파리 올림픽까지 잘 준비하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