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동안 이어지는 긴 연휴에도 콘텐트 업계는 쉬지 못한다. 2021년 추석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이 국내 시청자들의 몰아보기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명절 연휴는 업계 대목이 됐다. 올해 길어진 연휴를 앞두고 각종 콘텐트 기업들이 명절 특수를 노린 작품을 쏟아냈다.
넷플릭스는 지난 22일 오리지널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를 공개했다. 사진 넷플릭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은 거대한 제작 규모를 앞세운 대작들을 선보였다. 2년 전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추석 왕좌에 올랐던 넷플릭스는 2편의 야심작을 공개했다. 총 제작비 36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도적: 칼의 소리’가 지난 22일 먼저 공개됐다. 1920년대 간도를 무대로 조선 총잡이들의 활극을 그렸다. 주연을 맡은 김남길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어 넷플릭스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는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배우 하석진, 바둑기사 조연우, 세븐틴 승관,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 등 다양한 출연진의 등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CJ ENM에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시리즈를 연출해 두뇌 서바이벌 마니아를 양산한 정종연 PD의 신작이다. 정 PD가 넷플릭스에 선보이는 첫 작품이자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트 제작사 TEO로 이적한 뒤 처음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최악의 악'으로 '무빙'의 상승세를 이어가려 한다. 사진 디즈니+
드라마 ‘무빙’으로 한국 오리지널 덕을 톡톡히 본 디즈니+도 명절 대목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 서비스 출시 후 최대 히트작인 ‘무빙’의 마지막 화가 지난 20일 공개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어 지창욱·위하준 주연의 ‘최악의 악’이 26일 베일을 벗었다. 1995년을 배경으로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형사의 잠입수사를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한국 시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 중단설까지 돌았던 디즈니+가 ‘무빙’으로 잡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티빙을 통해 공개된 파라마운트+의 오리지널 콘텐트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의 한 장면. 사진 티빙
토종 OTT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연휴를 예고한다. 오리지널 콘텐트 대신 기존 콘텐트를 앞세워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티빙은 제휴사인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최종화를 지난 3일 공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특수부대원을 연기한 두 여성 주연(조 샐다나·레이슬라 데 올리베이라)의 숨 가쁜 액션으로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쿠팡플레이는 15일부터 17일까지 구독자를 대상으로 지난 8월에 개봉했던 따끈한 신작 ‘비공식작전’을 독점 서비스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영화 ‘비상선언’과 ‘한산: 용의 출현’ 등 극장에서 내려간 지 얼마 안 된 작품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영화 '거미집'에서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바른손이엔에이
예년과 달리 추석 극장가엔 블록버스터가 사라졌다. 업계 불황으로 제작비 투자가 줄어들면서 적은 비용으로 적당한 흥행을 노리는 작품들이 지난 27일 일제히 개봉했다.
바른손이엔에이의 기대작은 제작비 96억원을 들인 영화 ‘거미집’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7년 만에 재회했다. 영화는 지난 5월 열린 프랑스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올여름 흥행 실패를 맛본 CJ ENM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로 반전을 노린다. 사진 CJ ENM
올여름 흥행 기대작이었던 ‘더 문’의 실패로 쓴맛을 본 CJ ENM은 만회를 노린다.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관객을 찾는다. 주연 강동원이 가짜 퇴마사 천박사 역을 맡아 강력한 빙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마라토너 손기정과 서윤복의 실화를 다룬 ‘1947 보스톤’을 공개했다. 영화는 2020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3년이 늦춰졌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하정우와 임시완이 각각 손기정과 서윤복을 연기했다. 연휴 마지막날인 10월 3일엔 강하늘과 정소민이 호흡을 맞춘 코미디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이 관객을 만난다.
영화 '1947 보스톤'은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을 담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도 10년 만에 부활했다. 김수미, 탁재훈, 정준하 등이 출연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명절 조폭 코미디를 그리워하는 관객을 찾아 지난 21일 개봉했다.
이번 연휴를 계기로 콘텐트 업계의 빈부 격차가 드러났다. 자금 여유가 있는 글로벌 OTT를 제외하면 대작을 내놓을 여력이 있는 제작사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명절 대목을 논하기에 콘텐트 업계 불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내 제작사는 예산이 덜 들어가고 기획이 탄탄한 가성비 좋은 콘텐트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