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혼자만의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분들도 있을 테죠. 이참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을 돌아보면 어떨까요. 바쁜 일상 속 무심코 지나친 이상 증상이 알고 보면 내 몸이 보내는 심각한 신호일지 모릅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분야별 명의 도움을 받아 지난 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5대 암을 알아본 데 이어 이번에는 10대 암 중 주의가 필요한 4개 암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는 간암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간암의 증상과 조기발견의 중요성,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간세포암(이하 간암)은 국내에서 일곱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20년에만 1만 5152명의 간암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 당 암 사망률로는 두 번째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40~50대 남성에서는 암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간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돼야 신호를 보낸다. 웬만큼 지방이 끼고, 붓고, 염증이 생겨도 우리에게는 별다른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 만약 위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면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증상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간에는 염증이 발생하더라도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몸이 붓고 황달이 생겼을 때는 이미 간 기능이 70% 이상 상실돼 치료가 쉽지 않다.
국내 간암 발생 원인의 약 70%는 만성 간염이다. 그중 B형 간염이 60%, C형 간염이 10%를 차지한다. 15%는 알코올성 간 질환이다. 만성 간염 환자라고 해서 모두 간암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람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만성 간염에 걸리지 않는 게 간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가 환자를 보고 있다. 사진 병원 제공
신생아는 B형 간염 백신을 필수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성인 중에서 어릴 때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일부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 혈액검사 결과 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다시 접종해야 한다. 다행히 국가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행하면서 B형 간염 보유자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면 C형 간염 보유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C형 간염은 동양보다 서양에 더 많은데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피어싱, 문신, 마약, 주사 등이 주 감염 경로다. C형 간염은 현재 백신이 없어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암 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간암 완치율도 38.7%(5년 생존율 기준)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 성적이 낮은 편이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 간암이 주로 만성 간 질환의 결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성 B형·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간이 이미 많이 나빠진 상태에서 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B형·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고위험군은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마다 간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 경변증이나 지방간이 심한 경우에는 초음파 영상으로 간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때는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현재 C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면 완치가 가능하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한다. 간염 환자라도 정기 검진을 받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진다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음주 문화가 퍼지면서 알코올성 간 질환에 의한 간경변 및 간암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성 간염을 가진 환자에게 잦은 음주는 간을 단기간에 손상해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간암도 완치를 기대하려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간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74.0% ▶2기 59.1% ▶3기 29.5% ▶4기 2.0~9.4%다(국가암등록통계). 3기와 4기로 넘어가면 치료 성적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암의 수술 치료에는 간절제와 간이식이 있다. 간암 환자 중 간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30% 정도다. 암이 진행돼 있지 않고 잔여 간 기능이 충분한 경우다. 최근에는 간암 위치에 따라 복강경 간절제나 최소 절개 간절제를 시행해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고려하고 있다. 간암 자체는 조기에 발견됐으나 간 기능이 나빠 수술로 절제하기 어렵다면 간 이식을 시행한다. 간경변증이 심한 환자에게도 간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 사진 병원 제공
크기가 작은 간암은 고주파열치료술(RFA), 체외방사선치료 등의 국소 치료를 진행한다. 여러 개의 간암이 동시에 있거나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을 시행한다. 이는 간동맥(간암 조직에 영양분과 산소 공급)에 항암제를 투여하고 색전 물질로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간암이 간 밖으로 전이됐거나 많이 진행됐다면 항암제 치료를 고려한다.
간암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해도 남아있는 병든 간에서 암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간암 치료를 한 후에는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하는 게 중요하다. 원인이 되는 만성 간 질환도 잘 조절해야 한다.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는 재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