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헬리오시티 5억, 마래푸 4.5억 뛰었다…'똘똘한 대장'의 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이하 전용면적)가 이달 초 21억3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초만 해도 실거래가격이 16억원 전후였는데, 8개월 사이에 5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가(23억8000만원)의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에 반해 이웃 단지인 ‘가락금호’ 84㎡는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16억1500만원)의 83% 선까지 올라왔다. 

이른바 ‘대장주’로 통하는 아파트의 ‘콧대’가 높아지고 있다. 집값 회복기를 맞아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고, 집값도 오름세다. 중·소규모 단지나 ‘나 홀로’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것과 딴판이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준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92.9로, 전월(91.7)보다 1.28% 올랐다. 2021년 10월(1.42%) 이후 23개월 만의 최대 오름폭이자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달 서울 아파트값이 0.2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선도아파트 상승세가 훨씬 가파른 셈이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 중 시가총액(가구 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파크리오, 올림픽선수기자촌,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강남구 압구정 현대, 도곡렉슬 등 주요 신축·재건축 대단지가 대거 포함된다. 

비강남권에서도 대장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올해 초 14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18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19억4500만원)의 95% 수준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84㎡도 연초 13억원 전후에 거래되던 것이 이달 들어 16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대장 아파트는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전체 35건이 거래됐는데, 올해는 이달까지 97건이 팔렸다. 거래량이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매매도 같은 기간 18건에서 71건으로 급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대장 아파트일수록 시세 변화가 빠르게 반영되는 특징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회복기엔 소위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집값도 먼저 오른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택 수요자는 가진 예산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집값이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순으로 오르는 것처럼 개별 단지도 입지가 좋고 선호도가 높은 대장 아파트부터 계단식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 홀로 아파트의 경우 수요 자체가 드물어 몇 년간 거래가 안 돼 환금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외지인이 서울에 올라와 있는 자녀에게 증여해주려고 집을 사두는 사례가 많다”며 “이때 대부분 입지 좋은 주요 단지를 사들이는데, 그런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28건으로, 전월(919건)보다 11.9% 늘었다. 외지인 매수자가 많이 몰린 자치구는 송파·강동구(각 78건), 강남구(62건) 등이었다. 

윤지해 팀장은 “서울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인기 있는 대장 아파트가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다른 단지가 가격 격차를 메우는 형태의 시장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