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여행객 공포 빠트린 '입 안 반점'…잊혀진 병의 역습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출국수속을 거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출국수속을 거치고 있다. 뉴시스

 
“베트남 여행 예정인데, 홍역 예방접종 해야 할까요?”

최근 여행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여행 중 홍역에 걸리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국’으로 인증받았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홍역이 유행하면서 국내에 유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역뿐 아니라 결핵 등 ‘과거의 병’으로 인식됐던 질병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올해 들어 발생한 국내 홍역 환자는 총 52명이다. 지난해 발생한 전체 환자 수(49명)를 이미 뛰어넘었다. 국내 홍역 환자는 2021~2022년엔 한 명도 없었으나, 2023년 8명 → 2024년 49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홍역 증상은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온몸에 발진이 나타난다. 사진 미국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청

홍역 증상은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온몸에 발진이 나타난다. 사진 미국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청

 
올해 발생한 환자 52명 중 36명은 해외여행 중 감염돼 국내 입국 후 확진된 사례다. 이중 베트남에서 감염된 경우가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우즈베키스탄·태국·이탈리아 각 1명씩이었다. 이렇게 해외에서 감염된 이들로부터 가정·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옮은 이들이 16명이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홍역 환자는 2022년 17만 4340여명에서 지난해 35만 9466명으로 늘었다. 올해 3월까지도 3만 9281명이 발생했는데, 한국이 속한 서태평양 지역의 환자 수도 2185명에 달했다. 

이 지역 국가 중에선 필리핀(766명) 환자가 가장 많고, 이어 중국(577명), 캄보디아(544명), 베트남(151명) 순이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교류 증가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홍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국민이 자주 찾는 동남아 지역에서도 유행이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역 환자 62%가 백신 미접종·접종력 몰라

홍역 예방접종 바로 알기. 사진 질병관리청

홍역 예방접종 바로 알기. 사진 질병관리청

 
홍역은 전염성이 강한 호흡기 감염병이지만, 백신으로 97%까지 예방할 수 있다. 올해 발생한 홍역 환자 중에서 61.5%(52명 중 32명)가 홍역 백신 접종력이 없거나 모르는 경우였다.

무엇보다 영유아 시기에 2번(생후 12~15개월, 4~6세) 홍역 백신(MMR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게 좋다. 면역체계가 취약한 1세 미만의 영아는 감염되면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 예방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유행 국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생후 6~11개월이어도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영유아 시기에 2회 접종을 완료했다면 추가접종은 필요하지 않다. 예방접종 기록이 없다면 최소한 1회, 의료인이거나 해외여행 예정자라면 2회 접종(4주 이상 간격)이 권장된다. 

홍역 유행 국가 방문 후 3주 이내에 발열·발진 등 홍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아야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의심 증상 발생 시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외여행 이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결핵 발생률 OECD 국가 중 2위  

'세계 결핵의 날'이자 '제15회 결핵 예방의 날'인 지난 3월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한 대학교에서 신입생들이 결핵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세계 결핵의 날'이자 '제15회 결핵 예방의 날'인 지난 3월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한 대학교에서 신입생들이 결핵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보건당국은 결핵 전파를 차단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결핵은 저소득 국가에서 사망률이 높아 홍역과 함께 대표적인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꼽힌다. 

국내 환자는 2011년부터 13년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1만 7944명이 발생하는 등 여전히 적잖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콜롬비아에 이어 결핵 발생률이 2위다. 질병청은 2030년까지 결핵을 퇴치하는 게 목표다.

결핵은 특히 ‘숨은’ 환자를 잡아내는 게 중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질병청은 지난해 결핵환자와 접촉한 10만 5989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추가 결핵환자 250명이 발견됐다고 8일 밝혔다. 

또 환자와 밀접접촉한 6만여 명을 검사한 결과, 29.5%(1만 7537명)가 잠복결핵감염으로 진단됐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왔지만, 활동하지 않아 증상과 전염성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10%가량이 발병해 조기에 치료하는 게 좋다. 지 청장은 “잠복결핵감염자는 결핵 발병 고위험군으로, 치료하면 발병을 최대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