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군함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중국의 최신형 항공모함인 ‘푸젠(福建)함’의 시험 항행이 임박했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한 뒤, 시동을 걸고 추진 장치를 테스트 중”, “이르면 이달 말 출항” 등의 첩보도 흘러나왔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집단(CSSC)의 중국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서 건조에 들어간 지 4년만인 지난해 6월 진수한 데 이어, 배수량 7만t급의 거함이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17일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이 상하이 창싱도에 자리한 장난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갖고 모습을 드러냈다. 신화=연합뉴스
러시아의 재래식 항모(바랴크함)를 개조한 1번함(랴오닝함)과 중국의 자체 기술로 건조한 2번함(산둥함)은 제대로 된 항공기 운용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항모는 항공기가 엔진 추력만으로 이륙할 수 있도록 갑판 경사를 비스듬히 올린 스키점프대 방식을 채용했다.
그러다 보니 J-15 전투기 등이 이륙하기 위해 탑재할 수 있는 연료나 무장량이 상당히 제한된다. 결국 실제 함재기의 능력치보다 전투반경도 줄고, 공격·방어능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는 의미다.
미군도 포드함만 갖춘 EMALS
미 해군 주력 핵추진 항모들은 증기식 캐터펄트(사출기)를 쓴다. 짧은 항모 갑판에서 마치 새총을 쏘듯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강력한 고압의 증기로 이륙을 돕는 장치다. 원자로가 만드는 고온·고압의 증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효율도 뛰어나다.

김영희 디자이너
대신 푸젠함은 전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한 EMALS를 탑재했다. 미 해군이 2017년 취역한 최신 항모인 제럴드 포드함(CVN 78)에만 장착했을 정도로 첨단 장비다. 중국은 푸젠함 이후 건조하는 모두 항모에 EMALS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또 푸젠함은 기존 두 항모와 달리 전투기는 물론 초계기와 조기경보통제기 등 모든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다. 제원상 함재기 탑재 능력은 최대 40대에 이른다.
중 항모전단 제2도련선 넘는다

지난 4월 9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연합훈련에 참가한 산둥함의 스키점프대 모양의 갑판에서 J-15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군사전문가인 알렉산더 닐 태평양포럼 연구원은 FT에 “중국의 두 항모는 실험적인 플랫폼이었다”며 “중국 해군은 랴오닝함을 통해 항모 운용 체계를 가다듬으며 간부 그룹을 육성했고, 산둥함을 통해 항모 건조 조선산업을 준비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푸젠함이 취역하면 중국 해군은 항모작전을 규모와 속도에 맞게 실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번함으로 '핵항모' 건조 계획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의 해군력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등 역내 동맹국들의 군사력 강화를 더욱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주가 미국·영국과의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2030년대 초반 이후 핵추진 잠수함을 최대 13척이나 확보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호주가 영국의 설계와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건조할 핵추진 잠수함 '오커스'의 상상도. 사진 영국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