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반려인 이모(25)씨도 가족여행을 포기하고 반려견 ‘자몽(2)’과 집에 머물기로 했다. 지난 여름휴가 때 반려견과 함께 호텔에 갔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묵었던 호텔에선 숙박비 외에 ‘클린비’라며 반려견 동반 비용으로만 1박당 13만원, 총 26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이씨는 “사람 한 명 추가되는 비용이 6만원인데 고작 2㎏짜리 강아지 숙박비가 훨씬 더 비싼 걸 보고 황당했다. 게다가 큰 돈을 들이고도 객실 말고는 갈 수 있는 데가 전혀 없었다”라며 “이번 추석은 집에서 편하게 자몽이와 놀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 중에는 이처럼 추석 황금연휴를 마냥 반기지 못한 채 근심에 빠져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 오랜 기간 집을 비우는데 반려동물만 혼자 남겨둘 수도 없고, 고향 방문이나 여행에 동반하려 해도 대중교통이나 숙소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총이나, 식당 등의 반려동물 동반 입장 제한도 고민거리다.
이 때문인지 긴 명절 연휴나 휴가철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수도 늘어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총 11만 3440마리며, 이중 추석 명절이 포함돼 있는 9~10월에 구조된 동물이 2만 188마리(18%)였다. 구조에 투입되는 인원이나 구조활동을 벌이는 시간은 거의 변동이 없고, 많은 경우 신고가 접수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 때 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평소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지난해 추석 직전인 9월 5~11일에는 일주일 동안 구조된 동물만 2054마리에 달했고, 7일 하루에만 500마리가 넘게 구조됐다.
귀성객 몰리는 휴게소, 매년 100여마리 버려져
반려동물 호텔 등이 있는 도심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유기 동물 수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수요가 몰리는 명절의 경우엔 이마저 예약이 쉽지 않아 반려인들의 근심을 덜어주진 못하는 상황이다. 마포구의 한 반려동물 호텔은 27일 “추석 호텔링은 이미 한 달 전에 예약이 다 마감됐다”고 안내했다. 다른 지역도 예약이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쉼터에서 명절 연휴 동안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주기도 하지만, 서울 내에 쉼터가 있는 곳은 서초구와 노원구 단 2곳 뿐이라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최근 반려동물 호텔 관련 논란이 이어지면서 반려동물을 맡기기가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려인 박모(62)씨는 “지난 설 연휴 때 강아지를 호텔에 맡겼다가 분리불안이 생겨 밥도 안 먹고 차만 태우면 자기를 두고 가는 줄 알고 엄청 낑낑댔다”라며 “(호텔에서) 강아지를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없는데다 최근 사고 관련 소식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조금 꺼려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24시간 구조단’ 운영… “쉽게 사서 기르는 제도 손 봐야”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유기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대표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유기를 방지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중요한 건 반려동물을 쉽게 기르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연휴 때 맡아줄 곳이 없다고 버릴 사람은 애초에 키우면 안 된다. 이사나 결혼 등 더한 사정도 생기는데, 그때는 나 말고는 받아줄 곳이 없게 된다는 현실을 반드시 미리 알고 반려동물을 들여야 한다. 싼 가격으로 쉽게 사서 아무나 기를 수 있게 하는 제도도 손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