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국제공항 생기나? 13조 가덕신공항, 첫 인명 공항 꿈꾼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많은 시민이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서 자부심을 느낄 겁니다.”
박춘덕 경남도의회 의원은 지난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순신 장군 모습을 한 관제탑이나 거북선 형태 터미널 등을 만들면 랜드마크 공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덕신공항, 이순신 공항으로” 정부 건의한다

30일 경남도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가덕도신공항 이름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결정해달라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지난 21일 가결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의안엔 도의원 45명도 름을 올렸다.

 
박 의원은 이순신 장군 이름을 딴 명칭을 통해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가 올라가면 공항 건설과 운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13조80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되는 가덕도신공항은 내년 말 공사를 시작해 2029년 12월 개항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은행 지역 간 산업연관표를 활용, 분석한 결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따라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생산 유발효과가 16조 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 유발효과는 10만3000여명에 달할 거란 게 국토부 추산이다.


지난 20일 민간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국토부 설명회에선 개항 직후 가덕도신공항 총활동 인구가 1일 4만5000여명에 달하며, 승객은 2035년 5만669명에서 2065년 7만2546명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박 의원은 “가덕도신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될 경남과 부산엔 조형물과 기념사업회·아카데미 등 이순신 장군 관련 콘텐트가 많다”고 했다.




“‘박정희 공항’도 고민했지만, 지역 통합 뜻 담아”

처음엔 ‘박정희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고민했던 박 의원은 “가덕도신공항은 20여년간 추진 과정에서 숱한 굴곡을 겪었다.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이견 없이 동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남도와 부산시·전남도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추진하는 ‘남해안 해양레저관광벨트’ 조성 사업을 소개하며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통해 지역 화합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를 지냈고, 여수 등지엔 '이순신 광장' 등 그의 이름을 딴 지명이나 콘텐트가 많다.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엔 가덕도신공항이 ‘고추나 멸치를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하자는 뜻도 담겼다.

박지홍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지난 3월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홍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지난 3월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등 외국엔 인명 공항이 있지만, 국내엔 아직 없다. 법규상 불가능한 건 아니다. 국토부 ‘공항명칭 관리지침’은 인접 지역의 이름을 따 공항 명칭을 짓는 걸 원칙으로 하되,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이 건립되던 1992년 신공항건설본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공항 명칭을 공모했다. 공모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세종 공항’이었고, ‘인천 공항’ 득표는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인천시민이 결성한 ‘인천국제공항 명칭 제정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주장했다. 추진위는 시민 60여만명에게 '인천공항 명칭 동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자 국토부는 이를 수용했다.

가덕도신공항 명칭이 결정되기까진 시일이 남았다. 공항 명칭은 개항 1년 전 결정된다. 박 의원은 “경남은 물론 부산 등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순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받아들여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