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에서 열린 '제7회 사오마이(燒麥)미식문화크리에이티브전시대회'에 방문한 관광객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통신
신화통신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9월 29일, 열차 승객이 2000만 명을 돌파하며 하루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트립닷컴은 연휴 기간의 국내 여행 상품 예약량은 직전주 대비 88% 증가했고, 지난해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중국인도 상당하다. 특히 올해 중추절·국경절 연휴는 출·입경 정책 조정 이후의 첫 연휴다.
알리바바의 여행 플랫폼 페이주(飛豬·Fliggy)는 이번 연휴 기간 해외여행 상품 예약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해외여행객 수도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항공권과 호텔 예약량도 지난해 국경절 연휴보다 훨씬 많았다. 중국 민용항공국(CAAC)은 중추절·국경절 연휴 기간 2100만 명 이상의 승객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로 발길을 돌린 중국인들 덕에 세계 경제도 활성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최근 발표한 〈2023 글로벌 소비자 통찰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2%의 중국 소비자가 향후 6개월 안에 관광 지출을 늘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세계 평균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비율로 관광과 호텔, 소매업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월 7일 태국 방콕 왕궁을 구경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 신화통신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앤코(Brown Brothers Harriman & Co)의 글로벌 통화 전략 책임자 윈 씬(Win Thin)은 중국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은 태국 정부의 구매력 활성화 대책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최근 태국은 수출과 투자 부진, 관광산업의 더딘 회복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이 1.8%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7일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며 기준 금리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 정부가 꺼낸 무비자 정책은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광은 태국의 주요 경제 기둥으로 국내총생산 (GDP)의 약 20%를 차지, 특히 매년 천만 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지난해 태국의 관광 산업은 성장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해 올해는 비자 면제를 통해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무비자 정책 발표 당일 태국 호텔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20% 상승했다. 태국 관광청은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400만~4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태국에 1403억 밧(약 38억 달러)의 관광 수입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 셔터스톡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중국인 유치 계획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 문체부는 지난 8월 중국 단체관광 재개를 계기로 중국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 연휴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K-관광로드쇼도 개최해 K-뷰티와 패션, 쇼핑, 음식 관광을 소개했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이번 중국 연휴 동안 중국인들의 한국행 항공 예약은 지난해 대비 7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여행·소매 업계 역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8월 중국이 일본행 단체 여행 제한을 풀며 8월 한 달간 중국인 방일 관광객 수는 총 36만 4100명으로 집계됐다. SCMP에 따르면 전일본공수(全日本空輸)관계자는 중국발 일본 공항행 항공편이 다음 주말까지 사실상 예약이 꽉 찼다고 밝혔다.
중동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늘며 현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아부다비는 중국 국경절 전용으로 여러 호텔이 투숙객의 25%를 할인해 주는 유치 방안을 기획했다. 28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여러 도시에 본사를 둔 여행사 직원들은 최근 수 주 동안 중동 국가 여행을 예약하거나 문의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올해 중국의 우즈베키스탄∙이란∙아제르바이잔∙스리랑카∙케냐 등 국가로의 패키지여행 주문량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

1일 국경절 연휴에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을 찾은 관광객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국내 경기 회복에 긍정적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전달보다 0.5포인트 상승한 5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제조업 PMI가 6개월 만에 50을 넘어서며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물가 하락과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조짐까지 보였던 중국으로선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아직 중국 경제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미·중 패권 갈등 속 한국과 중국 간 관계도 불안한 만큼 과거와 같은 중국 관광객 효과를 보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2000년 초 일본, 2008년 유럽과 유사하게 중국도 대차대조표 불황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적극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