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놈아""남자친구 없으면" 폭언·성희롱…서울시 공무원 민낯

“이 XX 놈아, 야 이 XXX야, 일을 제대로 하라고!”

지난해 5월 27일 서울시청의 한 부서에서 근무하던 주무관 A씨가 상급자인 B씨와 통화하다가 들은 폭언이다. B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달쯤 뒤에는 술 취한 상태로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A씨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뱉었다. 이어 “그따위로 하려면 그만둬, 사람 말을 XX으로 알아”라고도 했다.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청 본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청 본관의 모습. 연합뉴스

결국 A씨는 같은 해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도움을 청했고,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조사에 나섰다. B씨는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였다. 욕설을 한 건 잘못이고, A씨에게 사과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사 내용을 검토한 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구제위)는 “욕설과 막말은 모욕감을 주고, 업무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에게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서울시장에 권고했다.

인권침해 조사…심각하면 수사기관 신고 안내

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본청은 물론 산하기관, 투자‧출연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한다. 2013년 1월 처음 도입됐다. 인권보호관이 조사한 내용을 구제위로 넘기면, 다시 구제위가 사안을 신중히 검토한 뒤 시정권고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시정권고는 ‘서울시 인권 기본 조례’에 따른 것으로, 경중을 가려 인권교육이나 부서 이동, 당사자 분리 조처 등을 정한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엔 피해자에게 수사기관 신고 등을 안내한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지난 한 해 동안 721건의 상담을 거쳐 인권침해 사례 129건을 접수했다. 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67건(51.9%)으로 가장 많았다. 인격권 등 인권침해 17건(13.1%), 차별 13건(10%), 성희롱 7건(5.4%) 등이 뒤를 이었다. 129건 중 구제위는 27건에 대해 각각 시정권고를 내렸다. 인권 침해 사례가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신청인이 심경 변화 등의 이유로 사건을 취하한 경우 등은 제외됐다.


지난해 2월 서울시 한 투자출연기관에선 관리자급 직원 C씨가 다른 사람의 업무 방식과 태도를 지적하면서 “3초 안에 답을 하라, 내가 우습고 똥 싼 X자식 같나”라며 감정적으로 비아냥거린 사례가 있었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특정 후보를 찍도록 투표를 강요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한 공무원이 적발돼 인사 조처됐다. 서울시 산하 한 사업소에서 일하던 근무자는 업무상 알게 된 여성의 전화번호로 술에 취해 전화해서 “남자친구가 없으면 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가 인사 조처 당하고 성희롱 특별 교육을 받게 됐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발행한 '2022 인권침해 결정례집'의 모습.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발행한 '2022 인권침해 결정례집'의 모습.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매해 결정례집 공개 발행…“용납·묵인 안 해” 

구체적인 사례는 시민인권보호관이 매년 공개 발행하는 ‘인권침해 결정례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례 공개로 경각심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본다”며 “인권침해는 용납하거나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