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오후 전주시 삼천동 막걸리 골목. 한창 술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거리가 한산하다. 김준희 기자
"맛의 고장 명물"…평일 밤거리 한산
막걸릿집마다 ‘수요미식회’ ‘백종원의 3대천왕’ ‘알쓸신잡’ 등 방송 장면 캡처 사진을 내걸었다. 연예인 사진과 사인도 즐비했다. 그러나 정작 가게엔 손님이 드물었다. 아예 일찌감치 간판 불을 끈 막걸릿집도 적지 않았다.
막걸리 골목 안내도엔 “전주하면 맛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중략) 특히 막걸릿집은 정이 듬뿍 담긴 푸짐한 안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향수로 기억되고 있다”며 “최근 막걸리가 전통 국민주로 각광받으면서 이곳 일대를 중심으로 막걸리 거리가 조성되고 새로운 전주 명물로 자리 잡게 됐다”고 적혀 있다.
전주 막걸릿집은 750mL 막걸리 3병이 들어가는 한 주전자를 시키면 전을 비롯해 두부김치·게장·꼬막·탕·찌개 등 10가지가 넘는 안주가 줄줄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집집마다 안주 구성과 가격이 다르지만, 각 안주는 단품 요리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전주 삼천동 막걸리 골목 한 막걸릿집에서 준비한 상차림. 사진 삼천동 막걸리 골목 상인회
2017년 막걸릿집 21개…현재 반토막
앞서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본회의에서 시정 질문을 통해 “2010년대 중반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가 한옥마을과 전주 막걸리였지만, 현재 전주 막걸리를 대표하는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점점 잊혀 가는 존재가 됐다”고 꼬집었다. 전주시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 삼천동 막걸리 골목에 있는 막걸릿집은 21개였다. 그러나 현재 13개(전주시 추산)로 줄었다. 6년 사이 절반 가까이 폐업했다.


“반찬 절반 쓰레기통” VS “정체성 훼손”
그러나 일각에선 “자칫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상차림’이란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 “10년 전 기본 한 상에 1만5000원씩 받던 시절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날 다른 막걸릿집엔 손님 10여 명이 테이블 4개에서 저마다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동남아 국적 외국인 일행도 보였다. 인천에서 온 직장인 권모(36·여)씨는 오후 7시부터 3시간 넘게 전주 지인 김모(32·여)씨와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두 주전자에 커플상을 먹고 6만1000원을 결제했다.

상이 넘칠 정도로 막걸리 안주가 많아 그릇을 겹겹이 쌓은 모습. 사진 독자
“코스 다양화, 가격 차등 필요” 목소리도
‘삼천동 막걸리 골목’ 상인들도 ‘전주=막걸리 본고장’이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상인회 임시회장을 맡은 ‘용진집’ 대표 김호재(49)씨는 “막걸리 골목 고객의 90%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과 외국인”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오기 때문에 막걸릿집 대부분은 친절하고 맛·위생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천 막걸리 골목 상인회 임시 회장 '용진집' 대표 김호재(49)씨가 가게 앞에서 사진 속 백종원·김준현씨와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전주시 “상인 의견 모아 대책 수립”
상인회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 안내 책자에 ‘삼천동 막걸리 골목’ 소개 ▶시 주관 홍보 플랫폼(SNS·홈페이지) 구축 ▶주차 공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주시는 막걸리 축제 개최 등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김혜숙 전주시 사회경제과장은 “더 많은 관광객이 전주 막걸리를 즐길 수 있도록 종합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상인 공동체와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