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등록금을 마련 못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이모(26)씨도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전전하고 있다. 2년 전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하면서 뒤늦게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재도전은 사치였다. 그는 “일찍 진로를 고민하고 착실하게 준비했던 친구들과 자꾸만 비교돼 박탈감이 들었다”면서 “당장 생계비를 벌고 의료·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나는 최선을 다한 거라 위로해봤지만, 결국 고아원을 나온지 5년이 지났는데도 방황 중인 게 한심스럽다. 답은 다시 태어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현재 정부의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보호종료로부터 5년 이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질적 지원인 자립수당(매달 50만원)뿐 아니라 맞춤형 자립지원을 위해 2022년 설립한 전국 17개 전담기관 역시 보호종료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만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보호종료 기간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취업(진로)·정서 지원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건복지부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우선 지원하는 심리정서치유 프로그램인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은 이용률이 0.89% 수준(2022년 ~2023년 6월말 기준)에 그쳤다. 시행 초기여서 홍보가 미흡한 데다 자립준비청년임을 인증하는 과정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우울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자립준비청년에게 3개월 10회 상담서비스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차준홍 기자
특히 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중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장은 “취업이나 창업에 뛰어들어 일반 친구들과 경쟁해야 할 때 가장 낙담과 좌절을 많이 하게 된다”며 “금전 지원뿐만 아니라 경험이나 물품 지원도 모두 보호종료 5년 이내에 집중돼 있어 정작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조소연 사회복지연구소 마실 대표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계를 책임지면서 장기적인 진로나 직업 등 완전한 자립까지 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 의지할 어른도 없으니 자립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보호종료 5년 이내에 집중된 현재 서비스는 지속성이 없다. 그나마 있는 서비스도 트라우마 때문에 문턱이 높다”며 “그들이 진정 필요할 때 진로 교육, 정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