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 박정희 동상. 구미=백경서 기자
2029년 개항 예정인 대구통합신공항(이하 TK신공항) 명칭을 ‘박정희국제공항’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광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대구에 이어 경북에서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허복 의원은 지난 11일 제347회 경북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1970년 새마을운동을 통해 5000년 가난을 물리치고 조국을 근대화로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이 이념논리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박정희국제공항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국처럼 인물 이름 딴 국제공항을”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허복 의원이 지난 11일 제347회 경북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도정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의회
허 의원은 “한국은 공항 명칭을 정할 때 인천·김포·김해처럼 지명에 따라 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외국은 대표적인 위인이나 전직 대통령 업적을 전 세계에 알리고 공항을 홍보하기 위해 이름을 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 미국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 튀르키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등이 지도자 이름을 따 국제공항 이름을 지었다. 허 의원은 “경북도 박정희라는 세계적인 위인이 있다. 영남권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TK신공항 명칭을 ‘박정희국제공항’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철우 경북지사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경북만큼 열심히 하는 곳이 없다"라며 "전 세계에서 이렇게 나라를 가난에서 떨치게 한 역사가 없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을 여러 가지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신공항은 준공을 앞두고 명칭을 정하는데 그때 박정희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지으면 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9년 개항 예정인 대구통합신공항 조감도. 사진 대구시
한편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광장’으로 바꾸고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일 본회의를 열고 ‘대구시 박정희 기념사업 수정 조례안’과 관련 예산 14억5000만원을 처리했다.
대구시는 최근 박 전 대통령 동상 제작과 설치를 위한 작가 공모를 시작했다. 대구시는 공고를 통해 동대구역 앞 광장에 5억원을 들여 높이 3m짜리 동상을 세우고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반환 부지 내에 건립 중인 대구대표도서관 앞 박정희 공원에도 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6m짜리 동상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구시는 작가 공모 제안요청서에서 이번 사업의 목적을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산업화의 상징 도시인 대구가 계승 발전하기 위해 기념사업을 추진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동상 건립 시기는 동대구역 광장은 내년 2월, 대구대표도서관 앞 공원에는 내년 10월로 예상된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야당 등이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의 대구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지난달 2일 시의회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해당 조례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노동계·진보정당 등 57개 단체는 최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출범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홍준표 시장 취임 1년 8개월 동안 대구 시정은 거대한 퇴행과 폭주를 거듭하며 반민주·반인권·반자치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