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영국과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 지난달 2일 전 세계 교역 대상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처음 나온 합의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영국과 획기적인 협상을 타결했다”며 “이번 합의에는 영국을 미국과 경제안보 동맹을 맺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는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 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영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응해 영국은 에탄올ㆍ소고기ㆍ농산물ㆍ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영국은 또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 보잉 항공기 100억 달러(약 14조600억 원)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교역상대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10%의 기본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서도 “우리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호혜적인 무역 협정을 처음으로 체결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영국과 함께 우리는 ‘해방의 날’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방의 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 교역 대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한 4월 2일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번 협정으로 미국은 10%의 관세를 통해 60억 달러(약 8조4300억 원)의 대외 수입을 올리고, 목장주ㆍ농부ㆍ생산자들에게 50억 달러(약 7조300억 원)의 새로운 수출 기회를 제공하며, 알루미늄ㆍ철강 무역 지대와 안전한 의약품 공급망 구축을 통해 미국과 영국 모두의 국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아우르는 통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영국에 이어 인도와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11일로 예정된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는 “중국은 합의하기를 정말로 원하고 있다”며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했다. 그는 ‘중국과의 협상이 잘 되면 관세 인하를 고려하겠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럴 수 있다”며 “더 올라갈 수는 없다. 145%(대중국 상호 관세)에 있으니 내려갈 거라는 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오는 10~11일 스위스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경제ㆍ무역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이후 첫 공식 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늘 매우 잘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10~11일 무역 협의 이후 시진핑 주석과 통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 스콧(장관)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