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기후변화가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폭염이 스트레스를 고조시켜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국내에서 나왔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공동 연구팀은 지역사회건강조사(2021년)에 참여한 21만9187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기온 상승과 우울증 위험 간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8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가 사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기온(1961~1990년)보다 얼마나 높은지 조사하고, 이 차이가 각 응답자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그 결과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 호소 응답률은 13%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상혁 교수는 "평소에 적응된 기온보다 더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불편감, 수면장애, 일상생활의 저하 등으로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많은 건강 영향 중 정신과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정신질환에 따른 병원 입원을 늘린다는 연구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2003∼2013년 사이 국내 6대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서 있었던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지난 2018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을 보면 고온에 노출되면 정신건강이 악화해 병원 입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총 11년의 조사 기간에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29.4℃ 이상을 폭염으로 정의하고, 같은 기간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실 입원 16만6579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65세 이상 노인만 따져봤을 때 이런 비율은 19.1%로,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에 더 취약했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컸으며 이어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 순이었다.
신체를 고온에 지나치게 노출하면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을 일으켜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과도한 열기와 습도가 우울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