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는 대부분 증권사 직원 등에게 계좌를 맡기고 대신 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큰 물량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땐 실시간으로 해당 직원에게 거래 사실을 공유 받고 이를 승인해 왔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일임 매매’였다는 게 김 여사 측의 주장이다. 대통령실 역시 지난해 2월 입장문을 통해 “(김 여사는) 주가 조작꾼 이모씨에게 속아 그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를 일임하다가 매매에 사용된 계좌를 회수하고, 그 후 수년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간헐적으로 매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는 건 주가조작 관련자 재판 이후 조금씩 공개된 정황 증거들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주가조작의 ‘주포’로 불린 김모씨가 김 여사를 ‘패밀리’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전 대표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의 앞글자를 따 ‘BP 패밀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함께 김 여사도 이 패밀리에 포함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법원이 지난달 12일 주가조작 당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손모씨의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점도 김 여사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손씨는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가 추가됐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죄 성립은)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고 봤다. 김 여사 역시 방조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주가 조작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어야 함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가 세력에게 계좌를 대여해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했음에도,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 전 회장 등을 상대로 그간 확보한 진술과 정황 증거에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여부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검찰은 이에 주가조작 세력들의 검찰 진술과 녹취 등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재차 살펴보고 있다.
이 사건은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구체적 수사 내용을 지휘할 수 없는 만큼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수사팀에 보다 철저한 증거·진술 분석을 지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