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에서 LG 트윈스를 3-2로 이겼다. 준PO 1차전에서 승리한 KT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고영표는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투수다. 최근 4시즌 동안 가장 많은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72회)를 기록했다. 7이닝 이상 던지는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도 1위(42회)다. 다만 올 시즌엔 주춤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18경기에 나가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원래의 모습이 나타났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그는 4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 4회에 안타 3개를 맞고 1점을 내주긴 했지만 LG 타선을 초반에 봉쇄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상(MVP)도 고영표에게 돌아갔다.
고영표는 최근 본래 보직이 아닌 구원투수로 두 번이나 나섰다. 지난 1일 SSG 랜더스와의 1위 결정전에서 1과 3분의 2이닝(무실점)을 던졌고, 3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도 1이닝(무실점)을 투구했다. 그래서 이강철 감독도 50개 정도만 던지게 하려 했다.
고영표는 경기 뒤 "감독님이 50개까지 생각하고 올렸는데 불편하면 빨리 말하고 했다. 불편하지 않았고, 100개까지 던질 수 있으니까 편하게 생각하시라고 했다. 4회 때 조금 지친 모습이 나와서 끊어가신 것 같다. 한 구 한 구 온 힘을 다해 던졌다"고 했다.
그는 "물론 (정규시즌에)개인적으로 부진했고, 늦게 시작했다. 지금 컨디션이 올라온 거 같다. 팔꿈치, 어깨 피로도는 쌓이겠지만 힘은 있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오가면서 던질 준비가 되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고영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아래쪽에서 떠오르다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56개의 투구 중 37개가 체인지업이었다. 고영표는 "내 장점을 잘 살린 경기라고 생각한다. 체인지업 낙폭이 중요한데 정규 시즌 막바지 투구를 거듭하면서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상철의 2회 선제 투런포도 고영표에게 힘을 실었다. 고영표는 "내가 마운드에 있을 때 상철이가 자주 홈런을 쳤다. 넘어가는 순간 '또 상철이네'란 생각을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이길 때도 상철이가 (9회 결승 2루타를)쳤다. 궁합이 잘 맞는 거 같다. 리드를 안고 던지는 것과 동점에서 던지는 건 다르다.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