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세미파이널 1차. 이번엔 에드워드 리 셰프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재해석한 참치 비빔밥을 내놓았다. 맛에 반한 백종원 심사위원은 최고점인 97점을 준 반면, 안성재 심사위원은 “비비지 않고 칼로 썰어먹는 음식은 비빔밥이라고 할 수 없다”는 심사평과 함께 82점을 부여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두 사람의 점수 차이에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유 있는 ‘엔딩 맛집’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 ‘한식대첩’ 등에 출연한 스타 셰프인 최현석은 간담회에 함께 참석해 “예능에서 요리하면서 떨어본 적이 없는데 이 프로그램은 달랐다. 수없이 만들었던 봉골레 파스타에 마늘을 빼는 치명적 실수를 왜 하필 세미 파이널에서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제작진의 묘수는 통했다. 프로그램은 ‘요리 서바이벌계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찬사 속에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 1위에 올랐고, 4개국(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 1위를 포함해 총 28개국 톱10에 랭크했다. OTT 예능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9월) 1위도 기록했다.
화제성도 대단하다. 화제성 지수를 조사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9월 4주차 조사)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2022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주간 화제성 점수를 받은 비드라마 프로그램이다. 백종원 심사위원은 비드라마 화제성 출연자 부문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최현석 셰프, 안성재 심사위원이 2위와 3위로 뒤따랐다. SNS에선 “채소의 익힘 정도”, “나야 들기름” 등의 유행어가 생겨났고, 프로그램에 나온 셰프들의 식당을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는 사람도 늘었다.
김학민 PD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끊을 수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만큼 몰입해서 봐주셨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기뻐했다. ‘흑백요리사’는 올 3월에 촬영을 종료해 6월까지 3~4개월 편집 기간을 거쳤고, 이후 번역과 오류 검수 과정 등을 거쳐 9월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사전 제작 시스템을 따라 만들어졌다.
김은지 PD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시청자라 생각하고 편집했다. 어느 부분에서 회차를 끊으면 안달이 날까 고민하며 편집했는데 그 노림수가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백셰프에게도 배움의 시간
간담회에서 최현석 셰프는 “실제로는 친한 안성재 심사위원은 나와는 정반대의 결에서 요리하는 사람이다. 요리에도 정통파가 있고 개발하고 도전하는 분야가 있다. 나는 후자인데다가 아주 ‘극 사파’(무협소설에서 주인공과는 다른 부류를 일컫는 말)”라면서 “내 요리를 대하는 안성재 심사위원에 반감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가 있어 우리나라 외식 수준이 한층 올라갔다고 생각한다”고 존중을 표했다.
중식을 대표하는 정지선 셰프는 “주변에선 오너셰프인데 나가서 지면 창피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잘 싸워서 지더라도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새로운 주제로 공부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연해보니 정말 또 다른 공부가 되어 좋았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리 셰프 또한 “내가 보는 모든 것, 만나는 모든 사람, 나의 역사 등 모든 것을 퍼즐처럼 맞춰가면서 요리에 영감을 얻는다”며 ‘흑백요리사’ 또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글로벌 스타 된 흑셰프들
그 어려운 미션들을 뚫고 톱8에 이름을 올린 ‘참가자들이 뽑은 우승 후보 1순위’ 트리플 스타, 요리에 진심인 요리하는 돌아이, 구운 김으로 팀 승리를 이끈 이모카세 1호, 밤 티라미수로 일찌감치 결승에 진출한 나폴리 맛피아는 저마다 식당이 예약으로 가득찼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모카세 1호는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 우리 시장을 알리게 되어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백셰프 쪽으로 다시 출연해보겠느냐’는 질문에는 나폴리 맛피아만이 “두 시즌 연속 도전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요리하는 돌아이는 “스타 셰프라는 말은 과분하다. 다시 한 번 흑셰프로 나와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에 장호준 셰프 또한 “백셰프라고 해서 1라운드를 건너 뛰었더니 실력을 의심하는 분들이 많다. 흑셰프로 나와서 제대로 단계를 밟아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도전정신을 내비쳤다.
‘흑백요리사’의 최종 우승자는 8일 공개된다. 결승에 앞서 세미파이널 2차전인 ‘무한 요리 지옥’ 미션도 베일을 벗는다. 세미파이널 1차전에서 이미 결승에 오른 나폴리 맛피아를 제외한 톱7이 치열한 요리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최현석 셰프는 “아주 재밌는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김학민 PD는 “참가자들이 지옥 그 자체라고 하더라. 가장 소름돋는 명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시청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