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금정구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각각 네 번째(이 대표), 다섯 번째(한 대표)다. 정치권에서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양당 대표가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4월 창녕군수 보궐선거 당시 이 대표는 창녕군에 반나절만 머물렀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은 6일 야권 단일후보로 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면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가상대결 여론조사(10월 1~2일) 결과 윤일현 43.5%-김경지 40.0%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 박빙이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는 1995년 민선 이후 9번의 선거(재·보선 포함)에서 국민의힘 계열이 8번 승리할 만큼 보수가 강세였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변화가 감지되자 양당 대표 모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양당 대표의 등장은 두 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11월 15일(공직선거법 위반), 25일(위증교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재·보선에 승리해 사법리스크를 잠재우고 야권 유력주자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대표는 윤·한 갈등 속에서 당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금정구청장 사수가 필수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윤석열 정부 중반기에 접어들며 유권자 관심이 차기 지도자를 향하는 시기여서 기초단체장 선거이지만 판이 커진 것”이라며 “이 대표와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당 안팎에서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판이 격렬해지면서 전국 선거에서 나올만한 구호도 난무한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인천 강화군수 지원유세에서 “선거를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중에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해당 발언 5시간 만에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우면서 선거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며 받아쳤다.
반면에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이 대표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쫓기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의 영광군수 재선거 여론조사(9월 29~30일) 결과 민주당 장세일 32.5%, 혁신당 장현 30.9%, 진보당 이석하 30.1%로 지지율이 막상막하다. 이 대표는 9~10일 1박2일 일정으로 영광을 방문해 집중 지원유세를 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