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중동 지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1년 전 증오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며 “이 불은 국제사회와 가장 강력한 국가들의 부끄러운 무능 속에서 폭력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폭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피가 눈물처럼 흐르고 있다”며 “복수욕과 함께 분노가 불타고 있지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원하는 것, 즉 대화와 평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쟁은 패배이며 무기는 미래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며 폭력은 결코 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은 “기도와 금식은 역사를 바꾸는 사랑의 무기이며 우리의 진정한 적인 전쟁을 조장하는 악의 정신을 물리치는 무기”라며 이날을 기도와 금식의 날로 지정했다.
그동안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을 촉구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에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징이 과도하다며 비판해 왔다.
지난달 29일에는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폭사한 데 대해 “전쟁 자체가 부도덕하지만 그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할 도덕성이 있다”며 “(이스라엘의) 군사력 사용이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레바논 공습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며 국제사회가 중동 분쟁의 확대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서한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리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여러분은 매일 내 생각과 기도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떠나 학교와 일을 포기하고 폭격을 피해 피난처를 찾아야 했던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불이 두려워 고개를 들기조차 두려워하는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