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27일 강원도 원주에서 만두축제가 열린다. 만둣집이 모여 있는 중앙동 원도심 일대가 축제 주무대다. 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원주 김치만두뿐 아니라 다양한 만두를 맛볼 수 있다. 사진 원주시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단풍, 문화, 음식 축제가 전국을 달군다. 특히 색다른 음식 축제가 눈길을 끈다. 여태 음식 축제라면 홍성 남당항 대하축제, 강경 젓갈축제처럼 제철 해산물이나 지역 대표 먹거리를 내세우는 게 대부분이었다. 올가을은 아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일상적으로 먹는 분식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강원도 원주는 만두, 경북 김천은 김밥, 경북 구미는 라면을 주제로 축제를 연다. 흔하디흔한 음식이 축제가 된 사연은 뭘까. 축제 때 뭘 먹고, 뭘 즐길 수 있을까.
원주의 대표적인 만두는 김치만두다. 여느 지역과 달리 생김치를 매콤하게 버무려 넣는다. 자유시장 지하에 손만두를 파는 집이 많다. 사진 원주시
오는 25~27일 열리는 원주 만두축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원주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축제다. 그런데 왜 만두일까. 중앙동에 자리한 자유시장과 도래미시장에 유독 만둣집이 많다. 자유시장 지하에만 만두를 빚는 집이 8곳에 이르고, 만둣국 파는 식당은 30곳이 넘는다. 한국전쟁 이후 원주에 정착한 피난민이 만두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원주 만두축제에서는 직접 만두를 빚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 원주시
원주는 특히 김치만두가 유명하다. 폭 익힌 김치가 아니라 갓 담근 생김치를 쓰고 고기를 넣지 않는다. 칼국수에 김치만두를 넣은 ‘칼만’도 인기다. 이틀간 진행한 지난해 축제에선 20만 명이 찾았다. 올해 축제는 기간을 하루 더 늘렸고, 공간은 3배 넓혔다. 먹거리 부스는 60개가 넘는다. 축제 때는 원주 만두 말고도 전국 각지의 유명 만두와 태국·중국 등 외국 만두도 선보인다. 김영신 자유시장 상인회장은 “축제장 만두도 맛보고 시장도 방문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6~27일 경북 김천에서 김밥축제가 열린다.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명대사공원이 축제 장소다. 사진 김천시
“김천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경북 김천시는 몇 해 전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김밥천국’을 언급한 답이 압도적이었다. 젊은 세대는 프랜차이즈 식당 ‘김밥천국’을 ‘김천’으로 줄여 말하기 때문이다. 김천시는 여기서 착안해 김밥 축제를 기획했고, 이달 26~27일 첫 축제를 연다.
김천 김밥축제에서는 김천에서 유명한 김밥집의 김밥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오단이김밥의 꼬마김밥. 사진 김천시
축제 예산은 많지 않다. 1억원 수준이다. 김밥이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소풍처럼 부담 없는 축제로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축제 장소는 사명대사공원으로, ‘오단이김밥’ ‘다담김밥’ 등 김천의 유명 김밥집의 대표 메뉴부터 호두·자두·흑돼지 같은 김천 특산물을 활용한 김밥을 맛볼 수 있다. 김밥쿡킹대회도 눈길을 끈다. 지역 소상공인이 개발한 김밥으로 경연대회를 열어 1위 김밥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2003년 ‘김밥’을 부른 듀엣 ‘자두’가 축하 무대에 오른다.
국내 최대 규모의 라면 공장이 있는 경북 구미에서는 11월 1~3일 라면축제가 열린다. 사진 구미시
경북 구미에서는 다음 달 1~3일 라면 축제가 열린다. 2022년부터 축제를 열어 올해 3회째를 맞았다. 구미와 라면은 무슨 관계일까?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심 라면 공장이 구미에 있다. 1991년 문을 연이 공장에서 한국인 1일 라면 소비량의 36%에 달하는 라면이 생산된다고 한다.
구미 라면축제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식당들이 만든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다. 사진 구미시
올해 축제는 구미역 주변에서 진행된다. 475m에 이르는 라면 거리가 조성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구미시의 15개 식당의 라면을 맛볼 수 있다. 칠리라면타코·통오징어해물라면 등 창의적인 라면 요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산 라면 말고도 베트남·일본·대만 등 아시아 라면도 등장한다. 축제 방문객이 나만의 라면을 만들어 먹는 ‘라면 공작소’도 마련한다. 구미시 신미정 낭만관광과장은 “공장에서 갓 튀겨 나온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