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 시설 확보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는 핵에너지 재활용과 관련한 이슈인 동시에,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도로 민감한 안보 이슈로도 분류된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한 대미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한·미 간에는 상업용 원전 협력 과제가 대두돼 있고 원전 관련 이슈가 전체적으로 협의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내년 1월) 미국의 신정부 출범 후 우선 추진할 현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다수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하고 있지만,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를 할 수 없어 원전 내 수조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지잦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만 일부 허용된 상태다.
반면 일본은 이미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은 “일본은 플루토늄을 마음대로 농축하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몇 톤을 갖고 있고, 몇 천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고 6·25전쟁도 같이 치렀는데 형평성이 이해가 안 된다. 미국에 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조 대사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대선 이후 들어설 새 행정부와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시도할 뜻을 내비친 말로 풀이된다. 조 대사는 다만,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추출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관련 “독자적 핵무장이나 미군의 한국내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핵무기 보유 시도 가능성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한·미 핵협의그룹(NCG), 워싱턴선언(작년 한·미정상회담 합의) 등을 통해 확장억제를 구체적으로,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취지는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도 독자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가 자체 핵무장에 대해 선을 그었음에도 이날 국정감사에선 자체 핵무장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여당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NCG를 통해 도출한 합의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NCG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을 국빈방문 때 도출된 성과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19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이후 30년이 지나 돌아보니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은 오판이었음이 증명됐다”며 “주미대사관은 공식 정부 입장과 달리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한정애 의원은 북한이 이날 ‘한국이 평양에 대북 전단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NCG를 통해 핵확산 억제에 최대 노력을 기하지만, 그 사이에 티끌 같은 긴장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민간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보내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긴장을 만들 필요가 있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