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내내 폭염과 폭우가 계속된 탓에 ‘금(金)배추’ 10포기 중 1~2포기를 또 버려야 할 판입니다.”
지난 9일 오전 국내 최대 가을·겨울배추 산지인 전남 해남군 산이면 한 배추밭. 밭고랑을 가득 메운 배추 사이에 미처 크지 못한 작은 배추가 눈에 띄었다. 올해 잦은 비와 폭염 탓에 수확이 임박한 배추도 생육이 부진했다. 해남군은 전국 가을과 겨울배추 재배 면적의 15~16%, 60~65%를 차지하는 배추 산지다.
농민 김효수(67·해남군)씨는 “추석 전부터 영양제를 공급하고 웃거름도 줬지만 10% 이상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옆 농가에서는 지난달 폭우 때 배추밭이 침수돼 밭을 전부 갈아엎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금배추’ 214㏊ 폐기…가을배추도 ‘비상’
12일 해남군에 따르면 올해 해남지역 배추 재배면적 4299㏊ 중 14%에서 생육장애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달 20~21일 집중호우 당시 배추밭 611㏊에서 유실·매몰 피해가 발생한 여파가 컸다. 해남군 관계자는 “생육이 부진한 배추밭 가운데 일부는 영양제를 줘가며 살려냈지만, 10㏊ 정도는 회복이 불가능해 모두 폐기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가을배추 출하로 가격 안정”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배추 1포기당 소매가가 996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 전(6193원)보다 60.8% 급등한 것이어서 ‘금배추’ 논란을 빚었다. 당시 서울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배추 한 포기가 2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마트 40% 할인’ 종료…“또 1만원 넘을 것”
반면 배춧값이 포기당 1만 원대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을배추 조기 출하량이 정부 예측을 밑돌 수 있는 데다 지난 9일부터는 대형마트가 배춧값 할인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29일부터 대형마트들과 함께 배춧값을 각각 20%씩, 최대 40%를 할인해줬다.
농가 “11월 중순 이후 김장해달라”
농가는 중국산 배추 수입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중국산 배추 16t을 긴급 수입한 데 이어 이달에는 총 1100t을 들여올 방침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올해 가을·겨울배추 작황이 좋은 만큼 배추 수입이 계속되면 이번에는 산지 배춧값이 급락할 우려가 있다”며 “산지 농가는 중국산 배추 수입이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