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4년…글로벌 빅3 올랐지만, 과제는 ‘이것’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 취임 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위 완성차 메이커로 올라섰고,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재계는 신사업 수익성 확보와 지정학 리스크 대비, 노동조합 문제 등 정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한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내실 측면의 근본적 성장’을 강조해왔다. 그가 취임사와 네 차례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고객’으로 총 38회다. ‘미래’(32회) ‘성장’(30회)보다 고객을 앞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고객 지향과 내실 성장을 앞세우면서 현대차그룹은 2022년 차량 판매 기준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고수익 車 전략…판매·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을 높인 ‘효자’는 플래그십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기아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과정을 이끌었고, 기아 대표 시절엔 완성차 시장의 변화에 맞춰 주요 라인업을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바꿨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 차종 중 레저용 차량(RV)·제네시스의 비중이 60%를 넘었다. 기아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RV 판매 비중이 78%였다. 정 회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체질 개선은 재무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외에 ‘올 A’를 받은 글로벌 완성차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혼다 등이다.

차량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 것도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올 상반기 6만1883대를 판매했다. 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테슬라(49.7%)에 이어 2위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현대차 체코공장(HMMC)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틴 클리츠닉 HMMC 생산실장, 정의선 회장, 이창기 HMMC 법인장.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현대차 체코공장(HMMC)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틴 클리츠닉 HMMC 생산실장, 정의선 회장, 이창기 HMMC 법인장. 사진 현대차그룹

 

수소·AAM·로봇 신산업 성과는 ‘아직’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 속에서도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HEV) 라인업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약 49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났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하이브리드차 1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 정 회장에게 부여된 첫 번째 과제는 그룹 신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성장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AAM,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재계 관계자는 “안정적 노사 관계 정립을 포함해 단기적으로는 미국 대선에 따른 모빌리티 산업 지형 변화, 중동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전기차 캐즘 이후 시장 변화 등에 대비하는 것도 정 회장의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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