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아시아판 나토'는 실현 불가능…인도, 참여 안 할 것"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구상에 대해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내는 등 실제 정책 운용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나이 교수는 14일 보도된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일본 측에 집단안보체제가 아닌 중요국과의 관계 심화 등 ‘단계적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아시아판 나토가 어려운 이유와 관련해 “이념으로선 좋을지 모르지만, 인도가 참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인도 같은 역내 주요 국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면 실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책연설을 한 뒤 조셉 나이 명예 석좌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4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책연설을 한 뒤 조셉 나이 명예 석좌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러면서 “(미국 측이) 구상 자체에 반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일본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이시바 총리가 지난 12일 열린 여·야 7당 대표 토론회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 구상과 관련해 “당내 논의에 속도를 내 국회에서 (찬반을) 묻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나이 교수는 이시바 총리가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미·일 지위협정(SOFA)’에 대해선 “(일본 측이 협의에 나서도) 미·일 동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미국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주일미군의 부대 운용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를 창설하는 것을 두고선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미·일 동맹이 더 견고해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냈다. 올 연말 창설될 예정인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는 유사시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갖고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조정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일미군의 상급 부대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하와이에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간 있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 일본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 일본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이를 계기로 통합군사령관을 현 중장에서 대장으로 승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현재로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군사령관·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대장인 상황에서 동아시아에 대장을 둘이나 둘 순 없다”는 게 워싱턴과 미군 수뇌부의 판단이라고 한다.  

나이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 대선 이후 미·일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트럼프 1기 때처럼) 주일미군 주둔 비용의 부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트럼프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이시바 총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