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부상에 맞설 전투 무대는 전기차 시장.”(오토모티브뉴스)
15일(현지시간) 개막한 ‘파리 모터쇼 2024’에 대한 평가다. 올해 파리 모터쇼는 프랑스 브랜드인 르노·푸조를 비롯한 유럽 자동차 브랜드와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력을 겨루는 무대가 됐다. 1898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파리 모터쇼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동차 박람회로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파리 모터쇼 직전인 이달 초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고 관세율을 45.3%로 의결했다. 중국은 지난달 EU에 상무부장 등 고위 관료를 보내 회원국 설득을 시도했지만, 유럽 내에 퍼진 중국 전기차 견제론을 막지는 못했다.
마크롱 “공정 경쟁 위한 시간 필요”
르노는 1960년대 제품인 ‘르노4’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전기차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을 이곳에서 선보였다. 이밖에 아우디(독일)의 ‘Q6 E-트론 스포츠백’, 다치아(르노 그룹)의 ‘빅스터’, 폭스바겐(독일)의 ‘타이론’ 등이 이번 모터쇼에서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컨설팅사 스택스의 필 듄 이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파리 모터쇼에 대해 “유럽 회사들이 ‘여긴 우리 영역’이라고 외치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세계 판매량 1위 BYD는 ‘시라이온’과 ‘양왕U8’의 유럽형 버전을 전시했다. BYD는 2년 전 파리 모터쇼에서도 유럽 공략의 의지를 드러냈었다. 스텔라 리 BYD 부사장은 알 자지라 등 언론과 현장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관세율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가격 상승이라는 피해를 주는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립모터스도 2000만원대 전기차로 알려진 ‘B10’을 공개했다.
이처럼 유럽에서 중국차 견제 모드가 거세지면서 한국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게 기아 EV3다. 한국 완성차 회사 중 유일하게 파리 모터쇼에 참가한 기아는 올 연말 유럽 출시 예정인 EV3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EV3는 4000만원대(국내 기준)지만 EU의 중국차 관세율 적용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기아는 또 사용 목적에 따라 모델을 특화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PBV) ‘PV5’도 전시해 기술을 뽐냈다. 현대모비스도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꾸렸다.
한편으론 이 갈등이 길어지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의 조치가 타 산업으로 확대되고 중국이 핵심 원자재 수출 제한 등 맞대응 조치를 하면, 한국 기업에도 소재·부품 수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박소영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는 것이다. 현대차는 체코,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유럽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서다.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대경본부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술적 우위”라며 “중국 차들이 이젠 저가 공세를 넘어 기술력으로 승부하려 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차량 소프트웨어나 자율주행 기술 분야 우위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