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눈 건강관리법
눈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번 나빠진 눈은 다시 좋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눈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눈 건강을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본다.
시력은 일반적으로 6세 정도에 완성된다. 출생 후부터 6세까지가 일생 중 눈 관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셈이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안 질환은 사시와 약시다. 사시는 양쪽 눈의 시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질환이다.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수술해도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약시로 진행되면 정상 시력을 되찾을 수 없다. 3~4세 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100%에 가깝다. 특히 영아의 내사시는 약시 치료를 거친 후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글자나 숫자를 읽지 못해도 3세가 되면 일반 시력검사가 가능하다. 검사를 통해 시력 발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사시와 약시 문제를 지나치지 않도록 한다.
근시는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서 망막 위에 맺혀야 할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는 것을 말한다. 흔히 초등학교 입학 전후 만 6세쯤 시작해 성장이 끝나는 시기까지 진행한다. 근시라면 가까운 물체는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도·초고도 근시로 이어지기 쉽다. 근시 진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6개월에 한 번 시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시력이 떨어져 교정할 필요가 있다면 안경을 착용해 교정에 나선다. 자녀가 사물을 너무 가까이서 보거나 눈을 자주 비빈다면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
결막염도 소아기 요주의 대상이다. 결막염 환자 가운데 10세 미만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8%로 알려진다. 이 시기엔 면역력이 낮아 결막염과 같은 염증 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눈이 가렵고 붉어지며 눈에서 찐득한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을 보인다. 아이가 눈을 비벼 각막에 상처가 생길 경우 시력 장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외출 후엔 반드시 손을 씻고, 습관적으로 눈 주변을 만지거나 비비지 않도록 지도한다.
10대는 눈이 가장 건강한 시기다. 하지만 과도한 학습과 전자기기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10대 청소년이 많다. 청소년기에도 안구 길이는 성장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 점차 근시가 심해지고, 고도근시가 될 경우 시력 저하와 함께 각종 안 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 근거리 작업이 많은 시기인 만큼 휴식을 취할 땐 원거리를 자주 바라보는 것이 좋다. 50분 학습 후 10분 휴식을 권장한다. 책과 눈 사이의 거리는 30~50㎝ 정도가 적당하다. 안경을 쓰기 시작한 청소년은 1년에 두 번 시력검사를 통해 안경 도수를 조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20~30대 성년기가 되면 안구건조증에 자주 시달린다.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컴퓨터와 같은 사무기기 사용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안구건조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문제를 키운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이물질이 쉽게 달라붙어 각막염과 같은 각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시력 저하와 안구 통증, 눈 뻑뻑함, 이물감 등이 생겼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40대부턴 대부분 노안이 시작된다. 눈의 노화가 본격화하면서 눈 건강에 노란불이 켜지는 시기다. 신체 곳곳에서 만성질환의 위험이 커지듯 눈에도 하나둘 문제가 생긴다. 녹내장, 백내장, 망막 질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40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안과를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이롭다. 특히 이 시기엔 눈물기관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감정적으로 슬픈 일이 없는데도 눈물이 흐르거나 눈물이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물길협착증이 가장 흔하다.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눈물주머니에 눈물이 고여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이땐 눈물길을 뚫어주는 수술을 해야 낫는다. 실명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다면 정기검진을 통해 더욱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60대부턴 녹내장과 백내장, 망막 질환이 흔히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은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칫 영구적인 시력 상실까지 가져올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 역시 안 질환의 발병과 진행을 촉진한다.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백내장과 노안의 경우 수술을 통해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 되도록 평소 식습관과 운동에 관심을 갖고 전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힘쓴다.
도움말=김용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백승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전문의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