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서민 급전’ 대출, 1조5000억원 급증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증가 금액도 컸지만 내용도 좋지 않았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보험약관대출 등 이른바 서민 ‘급전’ 대출이 전체 증가 폭의 절반이 넘는 약 1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서다. 제2금융권 생활 자금 대출이 1조5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카카오뱅크 등의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었던 지난 2021년 7월(3조3000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관심이 큰 공모주 청약이 있는 달에는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빌리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는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카드‧캐피탈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및 신용대출은 전 달 대비 약 9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또 같은 기간 보험약관대출은 3000억원, 저축은행 신용대출 약 4000억 늘어난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 해지 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은행 대출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대표적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풍선효과’에 내수 부진 겹쳐…서민 급전 대출 급증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활 자금 마련을 위해 제2금융권에 손을 빌리는 수요는 과거에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번에 풍선효과로 더 늘어났다”면서 “여기에 그동안 줄어들었던 제2금융권 주택 관련 대출도 같이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드·캐피털사 같이 생활 자금 대출만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사의 대출은 지난 7월(8000억원)과 8월(7000억원)에도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수천억원에 달했다.
당국 “상호금융사 현장점검, 잔금대출 살펴볼 것”
상호금융사들은 최근 은행들이 총량 관리 때문에 잔금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틈을 타 관련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실제 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잔금 대출을 시행한 KB국민은행의 금리는 최저 연 4.8%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2금융권인 광주농협 용주지점의 잔금대출 금리는 이보다 낮은 연 4.2%로, 출시하자마자 이미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지적받았던 신용카드 특별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신용카드 특별한도는 신차 구매 시에는 연 소득의 3배까지 부여하는데, 이런 방식이 대출 규제를 우회한다는 지적이 있어 연 소득 내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조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은행과 달리 서민 급전 대출이 많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너무 높이면, 은행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면서 “은행처럼 대출 규제를 세게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