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대부분은 노인 복지, 소상공인 지원, 공공주택 확대를 비롯한 복지·교육·주거 등 필수 분야에 쓰인다. 하지만 큰 줄기 대신 세부 예산을 두고 여야가 각각 ‘이재명 예산’ ‘김건희 예산’으로 규정해 맞붙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연초부터 민생토론회를 통해 나온 각종 정책 과제 예산을 선심성 사업으로 규정해 예산 편성에 비협조적이다. 김건희 여사의 관심사로 지목된 ‘마음 건강 지원사업(7900억원)’ ‘개 식용 금지 관련 예산(3500억원)’ 등을 전액 삭감하고, 검찰 특수활동비를 줄여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을 확보한다는 기조다. 예산 편성은 정부 고유 권한이다.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낸 예산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지만 막무가내다.
세법개정안도 수월하게 넘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찬성으로 돌아서며 가까스로 큰 산은 하나 넘었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내리고,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정부 안에 대해 야당이 ‘부자 감세’로 규정해 반대하는 상황이다. 종합부동산세도 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만 있을 뿐 세부 내용에서 이견이 있다.
쟁점 세법에 주목하느라 산업계에서 바라는 ‘K칩스법(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시설 투자 비용의 15~25%에 대해 세액 감면)’ 연장, 일반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인공지능(AI) 기본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고준위방폐물법) 등 처리는 뒷순위로 밀렸다.
국회 예결위가 이달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은 12월 1일 본회의로 자동 부의(附議)된다. 야당에서 자동 부의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이라 예산안을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할 가능성이 작다. 세법 개정안은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소(小)소위에서 여야가 밀실 합의하는 구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 예산은 '건전 재정' 기조로 재량지출 증가분이 0.8%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여야 협상의 여지가 좁은 데다 견해차도 너무 크다”며 “정부가 준(準) 예산(예산을 국회에서 의결하지 못한 경우, 전년도에 준해 예산 집행)을 염두에 둔 비상 운영체제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