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헝가리 가고 ‘우크라 지지’ 폴란드 온다…내년 상반기 EU 의장국 행보 전망

내년 상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은 폴란드가 “유럽 안보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해온 폴란드가 올해 하반기 의장국 헝가리의 친러 행보로 혼란을 겪었던 EU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국기(왼쪽)와 폴란드 국기.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 국기(왼쪽)와 폴란드 국기. EPA=연합뉴스

 
PAP통신에 따르면 아담 슈왑카 폴란드 EU 담당 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의장국으로서 안보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유럽 방위산업을 키우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보·에너지·식량·보건 정책 개선과 불법 이민, 사보타주(파괴공작) 차단 등을 약속했다. 

내년 4월엔 EU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EU 공동 국방자금 조성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의장국 수임 기간 구호로는 ‘안보, 유럽!’(Security, Europe!)을 내세웠다. 반년씩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 EU 행정에 따라 폴란드는 내년 1월 1일부터 6월 31일까지 의제를 설정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친러’ 헝가리와 다른 ‘우크라 지지’ 폴란드

 
올해 하반기 EU는 친러 의장국인 헝가리 아래 혼란을 겪어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수임 기간 휴전을 촉구하되 러시아군의 점령지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 중국의 평화 계획을 지지하거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등 친러 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반발하며 EU 회의 보이콧(거부운동)에 나섰다. 오르반은 임기 마지막 달인 이달에도 “우크라이나에 성탄절 휴전과 대규모 포로 교환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보좌관 성명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며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새 의장국인 폴란드는 헝가리와 달리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후원자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군사 지원의 중요한 물류 허브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를 방위비로 쓰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군사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인 GDP 대비 2%의 2.1배 수준이다.  

EU와 미국 간 중재자 역할

 
폴란드의 EU와 미국 간 중재자 역할도 주목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방위비 목표치를 GDP의 3%로 올리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는 8월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서 “수년간 나토 국가는 모두 GDP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군에 지출했으며 이는 미군의 부담을 늘렸다”며 “모든 나토 국가는 반드시 3%를 지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나토 탈퇴 카드’까지 꺼내 든 트럼프에 폴란드가 EU의 뜻을 잘 전달하고 조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극우 성향인 두다 대통령은 평소 트럼프와 친분이 깊은 편으로 알려져있다. 폴리티코 유럽은 “GDP의 5%를 국방에 투입하는 폴란드가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 주장에 대한 최선의 답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