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소비 활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관광·의류업계가 울상이다. 올해 이례적으로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짧아진 환절기, 의복 구매 안 한다
패션·의류업계 실적도 좋지 않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분기 매출이 433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36.4%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3분기 매출은 2960억원으로 6.3% 줄었고,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65.4% 감소했다. 한섬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42억원, 60억원이었다. 작년 동기보다 3%, 31.4% 감소했다. 한섬 측은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이상 고온 현상에 따른 가을·겨울 시즌 아우터 판매 둔화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패션·의류업계는 4분기에 역대급 한파가 예보된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겨울철 옷이 많이 팔릴 경우 실적을 만회할 수 있어서다.
늦더위에 나들이객도 지난해만 못 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다른 축제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3~6일까지 열린 '봉화송이축제' 때는 늦더위로 버섯 작황이 좋지 않아 10곳의 판매 업체만 참여했다. 지난해(23곳)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전남 신안군은 올해 아스타 꽃 축제를 취소했다. 아스타 국화는 서늘한 기후에 개화하는데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꽃이 다 죽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의 타격도 적지 않다. 가을까지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꽃게와 전어, 갈치 등 제철 수산물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손님이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여름배추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치 수급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부 수입 품종 외에 대부분 농산물을 국내 수급에 의존해 농산물 수입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 비해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에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앞으로 실물 경제에 최대 복병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인해 산업생산의 성장이 저하되고 공급 차질을 불러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기후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이상기후 충격은 산업생산 증가율을 12개월 후 0.6%포인트가량 하락시켰고, 2020년 이후 이상기후가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상기온은 이젠 단기적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문제다. 정부가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대비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