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애플도, 스마트폰 다음 전장은 'AI 스마트홈'

애플과 삼성의 경쟁이 스마트홈 시장으로 옮겨 붙고 있다. 애플이 최근 스마트홈 운영체제(OS)에 이어 인공지능(AI) 기반 가전 제품을 제어하는 벽걸이 디스플레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이르면 내년 3월 새로운 벽면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코드명 J490인 이 제품은 3년 넘는 개발 끝에 출시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전제품 제어뿐 아니라 영상 통화와 화상 회의 등을 지원하며 웹 브라우징과 뉴스 청취, 음악 재생을 위한 애플의 앱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는 메모와 캘린더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고 사진을 슬라이드 쇼로 볼 수 있다.

애플 팀쿡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 팀쿡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통신이 밝힌 정보에 따르면 이 기기는 두 개의 아이폰을 나란히 놓은 정사각형 아이패드처럼 생겼다. 약 6인치 화면에 디스플레이 주변은 두꺼운 테두리로 감싸 있다. 상단 전면에 카메라와 충전식 내장 배터리, 내장 스피커가 탑재됐다고 한다. 애플워치 OS와 최근 출시된 아이폰 스탠드바이 모드를 혼합한 것처럼 보이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리(음성 비서)와 애플 인텔리전스에 의존, 음성을 사용해 기기와 상호작용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페블’이라는 센서가 부착돼 사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사람이 떨어져 있으면 온도만 표시하다가, 접근 시 집 안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식이다. 실버와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향후 화면을 움직일 수 있는 로봇 팔·다리가 달린 더 비싼 후속 버전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통신은 이 제품이 “AI 기능을 갖춘 가정의 동반자로 마케팅할 계획”이라며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홈키트를 활용, 스마트홈 허브로 역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제품은 아마존과 구글의 스마트홈 디스플레이인 ‘에코쇼’ ‘네스트 허브’ 등과 경쟁하게 된다. 


12일에는 대만 TF인터내셔널 증권 분석가인 궈밍치가 애플이 2026년 100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스마트홈 기기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스마트 보안 카메라를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마존의 스마트홈 컨트롤러인 에코 허브. 블룸버그 캡처

아마존의 스마트홈 컨트롤러인 에코 허브. 블룸버그 캡처

애플이 스마트홈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아이폰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차원이다. 10년 가까이 연구개발을 이어왔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와 혼합현실(MR) 기기인 ‘비전프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망한 분야 중 하나가 스마트홈”이라며 “팀 쿡 CEO가 애플을 스마트홈 시장 강자로 만들기 위해 베팅 중”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알파벳, 아마존닷컴 등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스마트홈 시장의 후발 주자이다. 국내에선 삼성·LG 전자가 각각 ‘스마트싱스’와 ‘싱큐’를 앞세워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544억 달러(약 217조원)에서 연 평균 10.2% 성장해 2029년 2506억 달러(약 35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