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장 규모가 230조원에 달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시행사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30∼40% 자기자본으로 토지 매입 후 건설 단계에서 PF대출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시행사가 3~5%의 자기자본으로 토지 매입 단계부터 고금리 대출(브릿지 대출)을 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저자본 리스크가 크다보니 ‘부동산 PF 위기’가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특히 금융사들은 대출을 할 때 건설사·신탁사 등 제3자의 보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본·고보증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부동산 경기 위축, 사업여건 악화 등 건설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시행사→건설사→금융사로 리스크가 퍼지기 쉬운 구조가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시행사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내놓았다.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PF사업(리츠)에 현물출자(주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익 실현 시점까지 미뤄주기로 했다. 현재는 토지주가 시행사에 토지를 현물출자 할 경우 즉시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현물출자 후 사업이 시행되고 준공·운영될 때까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고, 분할 납부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에서 1992년 도입돼 리츠 시장의 성장을 이끈 '업리츠(UP-REITs)' 방식이다.
정부는 토지 현물출자가 활성화되면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20~40% 수준으로 상향되고, 시행사가 브릿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사업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개발사업에 대해선 용적률·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은 PF 보증료 할인도 해준다. 금융기관이 PF대출을 해줄 때는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정한 뒤 위험 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토부는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 대출에 대해 적립해야 하는 자본금‧충당금 비율을 높게 적용해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 확충 유인을 제공하겠단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이 PF대출 실행 시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객관적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을 만들어 대출 실행 시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책임준공 개선 TF’를 운영해 책임준공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도 내년 중 마련한다. 현재는 금융사들이 대출 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공사에 책임준공(준공기한 연장 불허)을 요구하고, 책임준공 미이행 시 손해배상을 청구해 미분양 위험 등을 시공사 및 신탁사에 넘기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런 방안을 통해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2026년에는 10%, 2027년 15%, 2028년 20% 수준까지 상향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영세업체를 보호할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른 개발업체는 2400곳인데, 이 중 95% 이상이 연 매출 100억원 이하인 영세업체다. 얼어붙은 PF 시장에 자기자본비율 강화 방안까지 시행되면 영세 시행사가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주택공급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영세 시행사에 발생할 수 있는 초기 부담은 지원해야 한다”며 “영세 디벨로퍼들이 (개발사업) 경험·실력·자본력이 있는 디벨로퍼들과 협업할 수 있는 지원책과 발판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PF 위험성을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낮은 리스크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을 제한하는 것 사이에 절충이 필요하다"며 "이를 조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