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안 오르네"…ETF들 ‘펀드 바구니’서 삼성전자 다 뺐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잇달아 제외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 실패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으로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ETF는 2일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구성 종목에서 제외했다. 
발 빠르게 움직인 건 액티브 ETF들이었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비중을 조정해 추가 수익률을 올리는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AI액티브’(순자산 1688억원)는 올해 초 2%였던 삼성전자 비중을 지난 2월 0%로 없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순자산 1109억원) 역시 삼성전자 비중을 올해 초 3.6%에서 점점 줄이다 지난달 아예 편출했다. 대신 같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비중을 올해 초 3.9%에서 4.8%로 늘렸다.

기초지수에서 삼성전자가 빠지면서 자동적으로 삼성전자를 구성 종목에서 제외하게 된 패시브 ETF들도 있다. ‘코스피 배당성장 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배당성장’, ‘TIGER 배당성장’ 등이다. 당초 KODEX 배당성장 ETF의 삼성전자 비중은 1.5%였지만,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해당 지수의 정기변경 심사에서 삼성전자를 구성 종목에서 빼 버리면서 0%가 됐다. 그밖에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액티브’, ‘KODEX 모멘텀Plus’ 등도 삼성전자 비중을 없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동시에 신규 편입한 사례를 제외하고, 삼성전자만 구성 종목에 신규 편입한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 등 네 개에 불과했다. 반면 SK하이닉스만 신규 편입한 ETF는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KoAct AI인프라액티브’, ‘KOSEF K-반도체북미공급망’, ‘RISE 글로벌메타버스’ 등 8개로 늘었다.

실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테마를 다루는 ETF 운용사들은 삼성전자 비중을 축소하고 SK하이닉스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일례로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순자산 3724억원)는 삼성전자 비중을 올해 초 18.9%에서 2일 기준 3.2%까지 대폭 줄인 대신, 0%였던 SK하이닉스 비중을 18.9%까지 높였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집중 투자처를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바꾼 것이다. ‘ACE AI반도체포커스’ 역시 삼성전자 비중을 올해 초 25.8%에서 24.5%로 내리고 SK하이닉스 비중은 24.9%에서 28.4%로 올리면서 비중 순위가 역전됐다.

지난달 14일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1.38% 내린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올해 외인 8조원 팔았다…‘5만전자’

삼성전자 주가는 사업 부진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메모리 시장 진입, 미국의 반도체 지원금 축소 가능성 등이 더해지며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0월 6만원 대가 깨졌고, 지난달 14일엔 4만9900원에 장을 마감하며 ‘4만전자’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8조3490억원 어치, 기관투자자는 4조5700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만 시장에 쏟아진 물량을 11조8000억 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