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에 ‘주주 이익 보호’ 명시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자본거래를 진행할 때 ▶합병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공시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자본거래는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 등을 말한다.
계열사 간 합병 때 문제가 됐던 가액 산정기준은 전면 폐지한다. 주식·자산의 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가액을 산정토록 한다. 일률적인 산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모든 합병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해 가액 결정에 있어 객관성과 중립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안을 두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진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이사회 결의일이나 합병계약 체결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기업의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때, 모회사 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주의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쪼개기 상장 때 모회사 일반주주에게도 상장에 따른 수익 증대 기회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우선배정 범위를 20%로 정한 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비율을 참고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간은 현행 5년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한다.
상법 개정 부작용 우려하는 정부
자본시장법 개정은 대상이 2500여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로 제한된다. 반면 '일반법'인 상법 개정 땐 103만여개 비상장법인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자본시장법으로 '핀셋 규제'를 하는 게 중소‧중견기업이 받을 충격을 줄이고, 주주 보호의 실효성도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구상엽 실장은 “문제 된 케이스 대부분 상장회사의 합병이나 분할이었다”며 “만약 상법에 일반적 조항이 들어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 주주 입장에서도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8단체는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인수·합병 때 적정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물적분할 때 주주 이익 보호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일반 주주 권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거대 야당 동의가 과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인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은 교통 법규를 고친다면서 고속도로에만 적용하겠다는 셈이다. 비상장 스타트업 때부터 주주 가치 보호를 우선하도록 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나 개미 투자자가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도 있다.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