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CEO 경질, 폭스바겐은 파업…글로벌 車 '혹독한 겨울'

프랑스의 스텔란티스 공장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의 스텔란티스 공장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폭풍전야다. 스텔란티스·닛산 등 주요 제조사의 경영진이 교체되고, 폭스바겐에선 노조가 구조조정 반대 파업에 나서는 등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됐고, 닛산의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교체될 예정이다. 신차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전기차의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완성차업계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면서 인적 쇄신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스텔란티스·닛산, 구조조정에 경영진 퇴진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타바레스 전 CEO는 지프·피아트·크라이슬러·푸조 등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의 산파 같은 인물이다. 프랑스 푸조(PSA그룹) CEO였던 그는 회사가 2021년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와 합병하며 탄생한 스텔란티스의 초대 CEO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다. 

‘비용절감 전문가’인 타바레스 덕분에 스텔란티스는 지난해까지도 10%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전동화에 뒤처지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재고가 쌓이는 가운데 극단적인 비용절감 조치로 경영 상황은 더 악화했다. 

스텔란티스의 올 3분기 글로벌 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줄었고, 스텔란티스의 주가는 올 들어 약 38% 빠졌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미시간·오하이오 공장 등에서 3500여명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타바레스 전 CEO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후임 물색설을 부인했는데, 결국 조기 퇴진했다. 그의 임기는 2026년까지였다.


닛산의 구조조정을 이끌던 마 CFO도 조만간 사임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닛산은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지난달 7일 전 세계 직원(약 13만명)의 7%에 해당하는 9000여명 감원과 생산능력 20% 추가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칼잡이’ 역할을 한 마 CFO가 퇴진하면서 닛산의 구조조정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닛산 최고경영층엔 우치다 마코토 CEO만 남은 상황이다. 2020년 7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던 닛산은 판매 부진으로 현재는 생산량을 500만대 이하로 줄였는데, 추가 감축 시 400만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폭스바겐 노조 부분파업에 라인 멈춰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이 파업의지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이 파업의지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 중인 폭스바겐은 지원들 반발에 부딪혀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폭스바겐 직원들이 속한 산별노조 IG메탈(금속산업노조)이 독일 9개 공장에서 ‘경고성 파업’(부분파업)에 돌입해 라인이 멈춰섰다고 보도했다. 2018년 폭스바겐 노조 5만명이 참여했던 파업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다. 이날은 부분파업이었지만, 노사 협상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향후 무제한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독일 내 공장 10곳 중 3곳 이상 폐쇄, 근로자 수천 명 해고, 임금 10% 삭감 등을 담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노조는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 대신, 직원들이 2025~2026년 보너스를 포기해 15억 유로(약 2조2000억원)를 절감하겠다는 대안을 지난주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이를 거절했는데, 양측은 오는 9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문제없다” 분석 나오지만…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 현대차그룹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혼란 속 현대차는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사장)를 차기 CEO로 내정하는 등 다가오는 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시대에 대비해 전기차(EV)·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미국에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한 만큼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강화 정책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감소는 기존 대비 10%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현대차·기아와 함께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제너럴모터스(GM)·볼보자동차·재규어랜드로버(JLR)·스텔란티스 등의 EBITDA 감소는 20% 이상, 폭스바겐·토요타는 10~20% 등으로 예측됐다.

S&P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멕시코 등 인접국의 관세정책을 강화해도, 현대·기아차는 멕시코에서 K4·투싼만을 생산해 2% 미만의 EBITDA 영향이 있어 관리가능(manageable)하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제품의 경우 2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EBITDA는 최대 19%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현대차는 제네시스 라인 중 GV70 전기차만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폐지 가능성도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 변수로 떠올랐지만, 현대차·기아나 일본 토요타는 보조금이 폐지돼도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미국 전기차 보유자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현대차·기아·토요타 전기차 보유자 중 ‘보조금’을 이유로 해당 차량을 선택한 비율이 각각 32%·24%·21%에 불과했다. 폭스바겐(81%)·쉐보레(77%)·테슬라(72%) 구매자보다 인센티브의 영향이 적었다는 의미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최근 북미에서 전기차 충전 제어 장치 결함(약 20만8000대), 후방카메라 결함(22만6118대) 등으로 연달아 리콜에 나섰다. 이런 리콜 파동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제재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완성차업계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 업계가 전환기를 맞은 데다가, 트럼프 리스크까지 덮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중국 전기차의 침투 속도가 빨라 유럽 차들의 타격이 컸다”며 “현대차그룹은 미국통으로 CEO를 교체하는 등 잘 대응하고 있지만 불확실성 큰 만큼 냉철한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