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KB부동산 월간 주택시장 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5.5로, 2008년 12월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이다. 집값 양극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5분위 배율 5.5는 상위 20% 아파트 1채 가격으로 하위 20% 아파트를 평균 5.5채 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 2022년 12월 4.5에서 올해 4월 5.0으로 확대된 뒤 지난 8·9월에는 두 달 연속 5.4를 기록했고, 지난달에 5.5배로 격차가 커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1분위 평균은 4억9061만원, 5분위 평균은 26억8774만원으로, 1분위 아파트는 전월(4억911만원)보다 0.11% 오른 데 비해 5분위 아파트는 전월(26억5117만원) 대비 1.38% 상승한 영향이다.
KB부동산의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 가격은 9억3389만원, 하위 20% 가격은 2억3333만원으로 5분위 배율은 4.00이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격 차이는 2008년 7억56만원에서 지난달 21억9713만원으로 벌어졌다. 전국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0.93으로 역시 역대 최대 격차를 이어갔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하는 건 우선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조사 누적치기준으로 올해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값 상승률은 성동(9.72%)·서초(8.39%)·송파(7.40%)·강남구(6.92%)·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도봉(0.45%)·강북(1.46%)·관악(1.43%)·노원구(1.54%) 등의 상승 폭은 크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대출규제 카드도 서울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대출규제는 대출 민감도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보인다. 현금 부자나 대출 한도 걱정이 없는 사람은 타격이 적은 반면, 집을 살 때 대출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집을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한편 3분기 기준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중간 수준인 3분위를 기준으로 9.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 10.3에서 3분기 들어 10년 이하로 하락한 것이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중산층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8년을 모아야 중간 가격 수준의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PIR이 하락한 것은 3분기 가계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4.4% 늘어 지난해 1분기(4.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