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 건전성 강화…"법정적립금 더 쌓고, 적기시정조치 상향"

금융당국이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들의 건전성 관리 기준을 은행·저축은행과 유사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간 이들 금융사가 상대적으로 약한 관리 기준을 부여받다 보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같은 리스크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3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상호금융사 건전성 제고 방안 및 세부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사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크게 ▶자본 확충 ▶대형 조합 관리 ▶중앙회 역량 강화 3가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상호금융사 조합들의 자본을 더 확충하기 위해서 적기시정조치 기준과 법정적립금, 출자 한도 상향을 추진한다. 적기시정조치란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영개선조치를 내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간 상호금융사의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기준이 모두 제각각인 데다 그 수준 마저 낮아 위기 예방을 위한 금융당국 개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신협·수협·산림조합의 경우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릴 수 있는 기준이 순자본비율 2% 미만으로 농협(순자본비율 5% 미만)보다 낮았다. 금융당국은 일단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상호금융사 중 가장 높은 곳에 맞춰 상향 평준화하기로 했다. 다만 추진 일정은 각 금융사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금융사가 손실에 대비해 쌓아 두는 법정적립금도 늘린다. 특히 신협의 적립 한도는 납입출자금 총액의 2배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를 농협·수협·산림조합 수준(자기자본 3배)으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자본금 충당을 위해 조합원의 출자 한도도 새마을금고(15%)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신협의 조합원 출자 한도는 10%다.

총자산이 1조원 이상인 대형 조합에 대해서는 은행과 저축은행 수준의 규제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위기 상황을 가정해 두고 금융사 취약 정도를 미리 살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일부 대형 조합에 도입한다. 또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막기 위한 ‘거액 여신 한도’를 대형 조합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각 조합을 관리하는 중앙회의 역량 강화도 함께 이뤄진다. 특히 신협과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상환준비금 의무예치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100%로 상향 조정해 유동성 지원 여력을 높인다. 상환지원금 의무예치비율이란 지급해야 하는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을 미리 예치해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또 중앙회가 각 조합의 경영 상태를 점검하는 기준인 경영지도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도 기존 금융사 수준으로 높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사의 부동산 PF 관련 대손충당금 상향 시기는 다소 조정해 주기로 했다. 부실 부동산 PF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사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올해 말까지 120%, 내년 상반기 말까지는 130%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업계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시행 시기를 내년 상반기 말 120%, 내년 말 130%로 다소 늦추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건전성 강화 방안을 시작으로 향후 지배구조, 내부통제, 검사·감독 및 제재 등에 대한 추가 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