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ㆍ잠정치)이 0.1%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속보치 수치와 같다. 다만, 속보치 추계시 이용하지 못했던 일부 실적 자료를 반영하면서 세부 내용엔 변화가 있었다. 앞서 분기 성장률은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다가, 1.3%에 이르는 1분기 성장률의 기저 효과 등 탓에 2분기에는 -0.2%까지 하락한 바 있다.

김경진 기자
3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자동차ㆍ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2%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건물 건설 중심으로 3.6% 줄었다. 반대로 수입은 기계ㆍ장비 등을 위주로 1.6% 증가했고, 민간소비도 전기ㆍ가스ㆍ승용차 등 재화와 의료ㆍ운송 등 서비스 부문에서 모두 늘면서 0.5% 성장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 중심으로 6.5% 증가했다. 정부 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등 사회보장 현물수혜 등의 영향으로 0.6% 늘었다.
강창구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파업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고 화학 쪽은 중국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며 "수출은 4분기 들어서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를 기록했다. 순수출이 거의 1%포인트 가까이 성장률을 깎아내렸다는 의미다. 자동차, 화학제품 등 비(非)정보기술 품목의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그나마 내수 기여도가 0.8%포인트로 2분기(-0.1%포인트)보다 크게 확대되며 성장률을 방어했다. 내수 중 세부 항목별 기여도는 ▶설비투자 0.6%포인트 ▶민간소비 0.3%포인트 ▶정부소비 0.1%포인트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내렸다.

김경진 기자
3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0.5% 감소했다.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1.4% 늘었다. 교역조건 개선과 함께 실질무역손실이 16조6000억원에서 14조2000억원으로 축소된 덕이다. 원유와 석유제품 등 수입품 가격이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한 데 기인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질 GNI 성장률은 실질 GDP 성장률(0.1%)을 웃돌았다. 하지만 실질 GNI가 지난 2분기 1.4%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계엄 사태가 성장률에 악영향을 줄 우려에 대해서 한은은 선을 그었다. 강창구 부장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있어 우리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계엄이 비교적 빠르게 해제돼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단기적으로 계엄이 해제됐기 때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바꿀 필요가 크지 않다”면서 “계엄 관련된 효과는 영향이 적을 거로 본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2%, 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바 있다.